제285장

안소희는 아직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성진영은 그들을 데려다주고 바로 떠났다. 거실에는 나영재와 안소희 두 사람뿐이었다. 안소희는 들어오고부터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먼저 말을 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녀가 오늘 온 이유는 단지 이따가 안연희가 올 때 잘 응대해 주기 위해서이다. 지난번에 물건을 보내오려고 했는데, 시도해 보니 문이 열리지 않았고, 그 당시 물건을 보내기도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었다. "생각해 봤어?" 나영재가 입을 열었다. "뭘?" 안소희는 의아한 얼굴이었다. "재혼." "..." 안소희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나영재는 일어서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큰 그림자가 그녀를 덮쳤다. 그는 몸을 약간 숙여서 말했다. "무슨 걱정이 있든지 나한테 말만 해. 나랑 재혼한다고 약속만 하면 내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을 너한테 넘겨줄 수 있어." "필요 없어." 안소희는 거절했다.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녀는 이미 나영재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나영재는 더 말하려고 했으나 안소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분위기에 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자꾸만 오늘따라 그녀가 평소와는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창 생각에 잠겨있을 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소희는 계속해서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연희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다지 급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나영재 성격에, 이때 그녀가 일어나서 문을 열면, 그는 아마 남지현 아니면 서도훈이 왔다고 생각하고 문을 열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 나영재도 그런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는 안소희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갔던 성진영이 다시 돌아온 줄 알았다. 문이 연 순간, 안연희의 모습이 보였다. "안연희 씨?" 나영재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저 언니 데리러 왔어요." 안소희도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 문 앞에 서있는 안연희에게 손짓했다. "그리고 저번에 우리 집에 두고 간 물건들도 함께 가져왔어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