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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장

그녀는 기분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편이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기분이 살짝 나빴다. "언니가 왜 돌아오지 않았는지는 신경 안 쓰고, 왜 이딴 쓸데없는 것만 물어봐요?" "소희한테 무슨 일 있어?" "나영재가 데려갔어요." 그녀의 말에 안재명은 긴장됐던 마음이 조금 놓였다. 지금 그의 머릿속은 온통 오늘 점심 모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오후에도 계속 그 생각만 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나영재가 감히 네 언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면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아." 안연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서 있었다. 마치 아빠의 새로운 모습을 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아빠." "왜?" 안재명이 물었다. "오늘 일 때문에 언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안연희는 지금 사춘기라 모든 일에 예민했다. 그러자 안재명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예전 같으면 나영재가 언니를 데려갔다고 하면 급하게 언니를 찾거나 전화했을 거잖아요." 안연희는 근심을 숨기지 못했고, 말하다 보니 더욱 마음이 조여졌다. 안연희의 질문에 안재명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돌아서서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평소처럼 침착한 걸음이 아니라 허둥지둥 걸어 들어갔다. 안연희가 뒤따라가며 말했다. "언니한테 불만 있는 거 아니에요?" "불만이 있는 게 아니라 평소엔 잘 지내던 애가 왜 갑자기 오늘 점심 식사 자리에서 예은 이모를 그렇게 대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다." 그도 사람이니, 이런 감정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는 안연희가 화난 모습에 이어서 말했다. "너희가 가자마자 예은 이모가 괜찮다고, 이해한다고 하더구나. 만약 자기도 너희 또래였다면 아버지가 새 연인을 데려오면 기분이 안 좋았을 거라고." 오늘 이전까지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는 차라리 안소희가 그녀를 만나러 가지 않고, 직접적으로 그에게 기예은과 혼인신고 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럼, 지금처럼 괴롭진 않았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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