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장

성진영은 할 말을 잃었다. 이런 벌어먹을. 왜 나영재 앞에 가서 직접 말하지 않는지. 성진영이 이 말을 전달했다가 어떤 대가를 치를지 모르는 건가! "그리고 자격을 갖춘 전 남편으로서 하루가 멀다하고 전처를 귀찮게 해서는 안 되잖아." 남지현이 또다시 말했다. "고작 이일동안 헌신하는 걸로 소희가 뒤돌아볼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해." 성진영은 심장이 떨렸다. 그는 나영재의 차가운 기운이 정말 두려웠다. "마지막으로." 남지현이 또 입을 열었다. 성진영은 멘탈이 거의 무너진 상태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식으로 친구를 곤란하게 해도 된다는 거지!' "소희는 지금 내 여자 친구야. 수치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알아서 제대로 행동하라고 해." 남지현은 말하고 가차 없이 전화를 끊었다. 성진영은 전화를 끊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귓가에는 방금 남지현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그는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지현이 이 자식 원래 농담하는 거 좋아해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농담 별로 안 하는데요." 안소희가 말했다. 성진영은 울기 일보적전이었다. 그녀가 어떻게 이렇게 그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는지. "차에서 내리면 전해." 나영재는 방금 남지현의 말에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남지현의 말에서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에 대한 소유욕과 사랑의 느낌, 그리고 라이벌에 대한 적대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친구를 대신해 불평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성진영은 멈칫했다. "뭘요?" "연애 안 해봤으면 가짜로 연인인 척하지 말라고." 나영재가 고개를 들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들키면 얼마나 창피해." 안소희는 말문이 막혔다. 성진영도 어리둥절했다. "사장님 말은, 지현이랑 사모님이..." 성진영이 재빨리 물었다. 성진영의 말에 나영재는 백미러로 안소희를 힐끗 쳐다보았다. 과연, 침착한 표정이었다! "다른 사람이랑 연인인 척할 필요 없어." 나영재가 안소희에게 말했다. "단지 너에 대한 내 감정을 단념시키기 위해서라면 열 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