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장

정상적인 상황에서 안소희가 어떻게 허가윤과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허가윤이 어떻게 서울에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성진영은 궁금하기도 하고 조마조마해서 물었다. “다른 건 시킬 일이 없어요?” “허가윤을 회사로 데려와.” 나영재는 지난번 일을 떠올리고 안색이 좀 차갑게 변했다. “그녀와 할 얘기가 있어.” 그녀가 왜 안소희를 납치했는지, 왜 그 두 사람이 안소희를 괴롭히도록 했는지 그는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 이 일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진영이 대답했다. “네, 대표님.” 나영재는 더는 머물지 않고 휴대전화와 차 키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는데 뜻밖에도 아래에서 허가윤과 마주쳤다. 꼴을 보니 일부러 거기서 그를 기다린 것 같았다. “나영재.” 허가윤이 불러 세웠다. 나영재는 그녀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허가윤은 별로 머물지 않았다. 나영재의 눈빛도 지난날의 애틋함과 사랑이 사라졌다. “너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불편할까?” 나영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위층으로 데려갔다. 나영재는 허가윤이 그를 죽이려 한다는 안소희의 전화를 잊지 않았다. 안소희는 이때 이미 AY그룹에 도착했다. 그녀는 남지현이 건네준 서류를 모두 읽고 서명한 뒤에야 자신의 전용 컴퓨터를 켜고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조사해도 나영재와 그 사람 사이에는 털끝만큼의 관계도 없다는 걸 발견했다. 안소희가 나영재를 찾아 떠보려고 할 때, 갑자기 허가윤과 얘기했던 일이 생각났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나영재에게 그 일은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안소희가 전화를 걸었을 때 전화기 너머로 허가윤의 복잡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미... 이미 알고 있어요.” 안소희: “...” 그녀가 전화를 끊기 도전에 나영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NA그룹의 영업비밀을 빼돌리고 나를 죽이려 하는데도 내가 알면 안 돼?” “이미 알고 있잖아.” 안소희는 곧 정신을 차렸다. 나영재: “...”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