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서의 울대가 울렁거렸다.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답은 했다.
“할 수 없어.”
한 사람의 모든 환경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차치하더라도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현재의 과학기술로도 할 수 없는 일이니 그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현규도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심서의 신경계통과 정신과 계열의 연구는 탑클래스라 다른 사람들은 아직 할 수 없는 지정된 기억 초기화도 이미 해낸 사람이었다.
그러니 스스로 잘 생각할 것이라고 믿었다.
“다른 할 말 없으면 먼저 끊을게.”
이건 아주 오랫동안 현규가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전에는 그냥 그는 무시한 채 통보 없이 그냥 끊었다.
심서는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통화를 마친 심서는 나영재의 일과 안소희가 했던 말 및 현규가 방금 전에 했던 말까지 전부 이어서 생각했다.
끝내 그는 안소희와 현규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조금 충격을 좀 먹었었는데 방금 전 현규가 무려 좋은 말로 자신에게 그렇게 길게 많은 말을 한 데다 다정하게 말하고 전화를 끊으니 이 정도 타격은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일 뿐이었다.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었다.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길로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현규가 이렇게 좋은 말로 자신을 대하는 건 아주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심서는 작은 욕심이 동했다.
그는 휴대폰을 매만지다 현규와의 대화창을 열어 한참을 고민하다 메시지를 보냈다.
[나 당분간 너한테 가 있어도 돼?]
막 젓가락을 들어 저녁을 먹으려던 현규는 그 메시지를 보자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는 심서와 너무 많은 왕래를 하고 싶지 않았다. 지나간 일에 대해 이렇게 빨리 내려놓을 수가 없었지만 지금 심서가 그 부스스한 머리를 축 늘어뜨린 채 시무룩해 있을 모습을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아팠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결국 동의했다.
[그래.]
그는 심서의 멘탈만 진정되면 그를 쫓아내야겠다 결정했다. 지금은 충격을 먹었으니 어쩔 수 없이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