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9화

현예찬은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두려웠고 눈앞의 남자는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는 입술을 몇 번 떨었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일어나지 못했다. 남자는 천천히 옆에 있는 검은색 의자에 앉아서 한 손으로 턱을 괴였다. 은색 가면을 썼기 때문에 누구도 그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른다. 현예찬도 함부로 입을 놀리지 않았고 상대방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걔는 나와 헤어졌어.” 현예찬의 온몸이 굳어졌고 소름이 끼쳤다. 그는 남자가 말한 사람이 이진아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이진아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는데. 예전에는 매일 강서준만 따라다녔잖아. 그리고 이 정신병자는 대체 누구지?’ 현예찬은 살고 싶어서 남자가 듣고 싶은 말을 실컷 하였다. “이진아는 정말 당신과 헤어지려고 한 것이 아닐 거예요. 아마 당신이 먼저 재결합하겠다고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절대로 당신과 헤어지기 싫을 거예요.” 남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비록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지만 지금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진아는 틀림없이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여자는 원래 고집이 세고 헤어지자고 한 것도 그냥 당신에 대한 테스트예요.” 현예찬은 머리를 쥐어짜면서 좋은 말을 생각했다. 지금 그는 눈앞의 괴물은 이진아에 완전히 빠졌다는 것을 확신하였다. 괴물이 입을 열었다. “날 테스트하는 거라고?” 현예찬은 드디어 한숨을 돌리면서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진아는 당신이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그녀와 다시 만나면 오해가 풀릴지도 몰라요.” 남자는 고개를 숙여서 무슨 문제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현예찬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이 괴물이 정말 이진아와 만나면 이진아는 살아남을 수 있겠어? 빌어먹을 이진아, 다 그년 때문에 내가 이렇게 비굴하게 된 거야.’ “걔는 날 사랑하지 않아.” 남자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현예찬은 온 힘을 다해서 반박했다. “아니에요, 당신을 사랑해요. 가장 사랑할 거예요. 다만 이진아는 그냥 다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