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5화

가정부는 그의 쉴 새 없는 질문 공세에 정신을 못 차리고 말했다. “도련님, 편히 외국에서 시합에 집중하세요. 아가씨도 곧 대학 입시라 중요한 시기이니 괜히 들쑤시지 마시고요. 그 대학원생은 성적도 좋고 두 사람이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 같던데요.” 점점 더 심해지는 위기감에 박태호는 더는 시합에 집중할 수 없어서 곧바로 어머니에게 전화해 가정교사를 당장 내쫓으라고 난리를 쳤다. 박태호가 박여진를 얼마나 독점하려 하는지 잘 아는 어머니였지만 이건 박여진의 대학 입시가 걸린 문제였다. “태호야, 누가 가정교사 이야기를 하던? 가정부들이 쓸데없는 말을 했구나. 그 일은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전에 네 곁을 지키느라 네 누나가 복습을 많이 못 했잖아. 네가 없는 틈을 타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거야. 누나 실력이면 시에서 10등 안에 드는 건 문제없고, 잘하면 5등 안에도 들 수 있을 거야. 지금이 중요한 시기야.” “싫어요!” 박태호는 전화기에 대고 소리쳤는데 이건 처음으로 끔찍한 소유욕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김해영은 그의 모습에 놀란 듯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태호야, 네 누나는 언젠가 사회에 나가서 일해야 해. 평생 너만 따라다닐 수는 없어. 네가 그렇게 놓아주지 않고 매달리면 오히려 질리게 할 뿐이야.” 박태호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는 이 시합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고 1등을 자신했다. 지금은 결승전 단계이고, 내일 아침 결승전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그날 밤 그는 바로 비행기를 타고 회암시로 돌아갔다. 박태호의 가족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귀국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호섭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얼굴을 굳혔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왜 돌아온 거야? 결승전에 참가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박태호는 아무 말도 없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심지어 어머니를 지나칠 때도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김해영은 그의 얼굴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 일주일 뒤에나 올 줄 알았는데. 태호야, 왜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