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연구원 서쪽 잔디밭 은행나무 옆에서 성하진은 따뜻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연구실 소독약 냄새가 아직 콧속에 남아 있던 그녀는 옷깃을 풀고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회색 비둘기와 흰 비둘기에게 부스러진 통밀빵을 뿌려주었다.
그녀가 의학 연구원에 온 지도 3개월이 지났다.
매번 연구실에 들어가면 거의 하루 종일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고 주머니 속의 출입증은 그녀의 흰 가운에 흔적을 남길 기세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견디기 힘든 바쁜 일상이지만 수많은 어려움을 겪어온 성하진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연구실의 신약 개발팀에서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모두 현재 의학계에서 가장 뛰어난 대가, 즉 의료계의 거물들이었다.
비록 지금은 연구실에서 조교로 일하고 있지만 이 짧은 3개월 동안 그녀가 배운 것은 지난 20년 동안 배운 것보다 훨씬 더 많았다.
지금까지도 그녀의 베개 옆에는 약물이 묻은 손 글씨 메모가 책 한 권을 가득 채울 정도로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오늘 갑자기 반나절 휴가가 주어졌을 때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한 가지 적응하지 못한 게 있다면 아마도 음식일 거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주방장이 바뀐 탓인지 보내주는 음식의 맛이 훨씬 담백해져 성하진의 입맛에 잘 맞았다.
어느 순간 성하진은 눈을 감은 채 잠이 들었다.
몇 시간 후, 어스름이 깔리면서 시원한 바람에 잠에서 깨어났다.
목덜미에 묻은 풀씨들이 바스락거리며 떨어지고 하얀 가운 왼쪽 옷깃에는 빵 부스러기와 비둘기 깃털이 남아있었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연구실 직원들의 식사는 전부 구내식당에서 보내준다.
오늘은 휴일이라 그들이 직접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젓가락을 내려놓은 그녀는 잠시 가만히 있었다.
짙은 후추 향이 혀끝을 자극했다.
분명 비슷한 음식인데 어제 먹었던 담백한 것과는 맛이 전혀 달랐다.
“전에 요리했던 셰프가 다시 돌아왔나?”
그녀는 참지 못하고 뒷문을 통해 주방으로 걸어갔다.
주방에 들어서자마자 앞치마를 두른 익숙한 인물이 도마 앞에서 열심히 채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