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93화
택란은 연한 월백색의 치마를 입고, 비단옷을 입은 경천과 나란히 어둠이 드리워진 어화원을 걸었다.
궁중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 켜져 있는 어화원의 풍등은 수가 아주 적었다. 멀리 있는 등불들은 마치 물안개 속에 갇힌 듯 흐릿했고, 빛도 안개 속에 갇혀 정원 안까지 닿지 못했다.
“그녀를 죽이려 했을 때, 그녀의 부모가 달려 나왔습니다. 힐긋 보니, 아바마마와 너무 닮았더군요. 그녀의 부모는 무릎 꿇고 제발 딸을 살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녀의 아버지가 우는 걸 봤습니다… 아버지를 닮은 자가, 딸을 잃는 고통을 겪게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괴로웠습니다.”
택란의 목소리에는 자책이 묻어 있었다. 그녀는 그 여자가 죽어 마땅하다는 걸 잘 알고 있고, 감정에 휘말려선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정말 손을 쓸 수 없었다.
택란은 아버지가 딸의 죽음을 지켜보게 하는 것이 너무 잔혹한 일인 것을 알고 있었다.
경천은 그녀의 말을 조용히 듣고,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네 마음속에서 부모와 가족은 네 영원한 약점인가 보구나.”
“다들 그렇지 않습니까?”
택란은 쓴웃음을 지었다.
경천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물었다.
“그 여인은 무슨 죄를 지은 것이냐? 어찌 관아에서 잡지 못한 것이냐?”
“그 여인은 이미 혼사를 정한 사내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남자의 약혼자를 죽이라고 했고, 죽이기 전에 고문과 모욕까지 지시했습니다. 약혼자를 죽이고, 그녀는 범인을 산으로 유인해, 낭떠러지에서 밀어 죽였지요. 증인도 없고, 증거도 없고, 모든 게 완벽했고, 관아는 그녀를 의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는 약혼자를 잃고 슬픔에 젖어, 매일 술에 취해 있었습니다. 그 여인은 주변의 시선을 무릅쓰고 그를 곁에서 돌봤고, 결국 그녀의 정성에 감동한 사내는 그 여인의 집안에 혼사를 제안했지요. 혼례는 다음 달입니다.”
경천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약혼자가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2년이 되었습니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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