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0화

고인성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정 안 되면 이혼하세요.” “이혼?” 지옥순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이혼하면 그 추잡한 년이 바로 자리 잡을 거 아냐? 난 절대 못 해. 그냥 버티다 보면 언젠간 저년이 먼저 죽을 거야! 내가 있는 한 그년은 영원히 빛 못 보는 내연녀에 불과할 거라고!” “인성아, 이건 다 너를 위한 거야. 내가 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너야말로 정당한 후계자고, 네 할아버지도 가장 너를 믿어주시는 거 알잖아. 네가 대영 그룹에 들어와서 좋은 내조자만 골라준다면 언젠간 전체 그룹이 네 손에...” 고인성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대화를 피했다. 이런 말들은 어릴 때부터 줄곧 들어온 것이었다. “엄마, 누구에게도 그 선물을 엄마가 보낸 거라고 인정하지 마세요. 나머지는 제가 처리할 테니.” “알았어. 우리 인성이 엄마를 가장 생각해주는구나.” 고인성은 이미 전화를 끊어렸다. 고인성은 하품하며 명서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오늘은 유난히 추운 것 같았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듯한 한기가 자꾸만 몸을 훑고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회사 에어컨 온도는 항상 일정했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따뜻해지지 않는 걸까?’ 생각이 흐릿해질 무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 고인성은 간단히 설명했다. 몇 개의 마케팅 계정을 처리하라는 것이었다. 돈으로 해결될 일이면 돈으로 해결하고 안 되면 법무팀에 넘기라는 지시였다. “지옥순이 직접 선물했다고 인정하지 않는 한, 당시 휴대폰을 사용한 사람에게 지옥순이라는 증거도 없다면 그건 허위 보도고 명예훼손이야.” 명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래. 가 봐.” 고인성이 손짓으로 나가라 했지만 명서원은 망설이며 한걸음 물러섰다가 입을 열었다. “대표님, 편찮으신가요?” “아니야.” 고인성은 전혀 그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명서원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그래?” 고인성이 일어나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