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3화

그녀는 그보다 훨씬 깨끗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남자는 오직 그뿐이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 그녀는 기남준과 항상 거리를 유지하며 단 한 번도 그 어떤 친밀한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서현우는? 그는 그녀의 남편이고 그녀야말로 그의 정당한 아내였다! 설사 ‘윤서린'이 죽었다 해도 죽은 아내의 넋이 아직 편히 잠들지도 못했을 텐데 그는 다른 여자, 그것도 그녀와 아이를 살해한 배후의 범인 임채은과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었다. 바로 조금 전, 그녀가 나가다가 그의 은밀한 데이트 현장과 마주치지 않았다면, 그는 어쩌면 한소이와 거실에서 격정적인 정사 신을 연출했을 수도 있었다. 서현우는 그녀의 반응이 가소롭기만 했다. 한소이에게 그를 유혹하라고 지시한 게 그녀건만 그녀는 지금 또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계략을 역으로 이용해 그 바람을 만족시켜 줬을 뿐인데 순진한 척하는 것도 그는 눈에 거슬렸다. “놔요!” 윤소율이 격렬하게 발버둥 치기 시작했지만, 서현우의 힘이 엄청 강했기에 그녀가 아무리 저항해도 시종 끔쩍하지 않았다. 윤소율은 마침내 무너지며 목이 터지도록 소리 질렀다. “나쁜 자식! 놔! 놓으라고! 놓지…” 서현우는 갑자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단단히 막아버렸다. 다섯 손가락은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에 밀어 넣고 윤소율을 자신의 품에 가두었다. “으읍…” 폭풍처럼 쏟아지는 키스에 그녀는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윤소율은 저항할 기운조차 없었다. 그는 마치 그녀를 자신의 뼈와 살 속에 녹여 넣으려는 듯 그녀를 으스러지게 껴안아 품에 가두었다. ‘아파… 이 남자 힘이 왜 이렇게 세지!’ 윤소율은 분노하여 그의 입술을 깨물려 했으나 남자는 이미 예측이라도 한 듯 단 두 손가락으로 갑자기 그녀의 턱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얼얼한 통증에 그녀가 숨을 들이마시며 입을 살짝 벌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남자는 혀를 깊숙이 밀어 넣어 더 격렬하게 키스했다. “흑…” 한줄기 눈물이 그녀의 눈가에서 굴러떨어졌다. 눈을 꼭 감은 윤소율의 속눈썹은 눈물에 흠뻑 젖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