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나율은 마음속에 약간의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극단적인 방식으로 고백을 택한 것이다.
박유준이 전교생 앞에서 자신을 좋아한다고 인정하기만 하면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비난과 멸시는 모두 사라지고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게다가 그녀는 정말로 박유준을 좋아했다.
그녀는 박유준처럼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남자는 자신이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공부에 전혀 집중할 수 없었지만 이 일이 잘 해결되면 다시 노력할 이유가 생긴다고 믿었다.
그건 바로 박유준과 함께 청빈 대학에 합격해 멋진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고나율은 눈앞에 있는 키 크고 마른 깨끗한 인상의 소년을 똑바로 바라봤다.
소년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단지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심지어 눈빛 속에는 불쾌함이 스쳤다.
고나율의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
박유준의 침묵이 이어질수록 그녀의 마음은 불안으로 가득 차올랐다.
그때 운동장과 교실 그리고 교무실의 선생님과 학생들까지 그 고백을 전부 듣고 있었다.
고태빈의 얼굴은 분노로 새파랗게 질렸다.
곧 그는 방송실 밖까지 달려왔다.
하지만 방송실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
고태빈은 문을 세게 두드렸다.
“고나율, 지금 당장 문 열어!”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은 고나율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반드시 대답을 들어야 했다.
그녀는 박유준 앞으로 걸어가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박유준, 나 너 좋아해. 너도 나 좋아하지?”
박유준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드디어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난 널 좋아하지 않아.”
고나율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리 없어. 너 분명 나한테만 특별했잖아. 어떻게 나를 안 좋아할 수가 있어?”
고나율은 포기하지 않았다.
“너는 다른 여자애들한테는 언제나 차갑게 대했잖아. 그런데 나한테만 옥상에서 점심 같이 먹어줬잖아. 넌 원래 1등이었는데 나한테 일이 생긴 뒤로 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