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나는 조예선과 눈을 마주치곤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섰다. 박지한은 분명 조금 전까지 방철민 대표님과 미팅 중이라고 했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화가 난 걸까. 그래서 조용히 윤준영 쪽으로 다가가 슬쩍 물었다. “무슨 일인데 분위기가 이래?” 윤준영은 낮은 목소리로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 방철민이 연회장에서 사람을 시켜 방심한 틈을 타 박지한의 술에 약 타려고 했었다. 다행히 박지한이 미리 눈치채고 바로 술 엎질러서 별일이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술에 약도 타고 심지어 여자들도 잔뜩 불러놓고 지한이 망신 주려고 준비까지 했더라니까. 와, 내가 본 수작 중에 제일 더러운 수였어.” 그 얘길 듣고 나도 인상을 찌푸렸다. 비즈니스 판에 별별 인간이 다 있다는 건 알았지만, 감히 박지한한테 손대다니... 목숨이 열 개라도 되나 싶었다. 안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는데 방 안은 어둑했고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박지한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서 있거나 무릎 꿇고 있었다. 그리고 박지한은 소파에 기댄 채 턱을 살짝 들어, 방 안의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늘 부드럽고 따뜻했던 박지한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어쩌면 이게 진짜 박지한의 본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나를 발견한 박지한은 차가웠던 표정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왜 왔어?” 이내, 내 뒤에 있는 윤준영에게 눈초리를 흘리며 말했다. “네가 불렀지? 뭐 하러.” 나는 조용히 다가가 박지한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줬다. “내가 오고 싶어서 왔어. 준영 오빠랑은 상관없어.” 박지한은 내 손을 잡아 자기 옆에 앉혔고 그때 잔뜩 겁에 질린 남자가 기어서 내게 다가왔다. “제수씨, 제발... 살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말하면서 갑자기 바닥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 박지한의 얼굴이 싸늘해졌고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으로 보였다. 나는 재빨리 그의 손을 잡고 진정시켰다. 내가 박지한을 진정시키는 걸 보며 방철민은 내 치맛자락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나는 살짝 몸을 비켜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