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어머님이 날 챙겨주시는 마음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속으로 울고 싶었다. ‘저... 망고 알레르기 있는데요...’ 하지만 정체를 들킬 순 없으니 억지로 웃으며 케이크를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 망고 케이크를 접시에 옮긴 뒤, 조심스레 포크로 한 조각 잘라냈다. 그리고 어머님의 시선이 잠깐 다른 곳으로 향한 틈을 타 미리 준비해 둔 냅킨에 슬쩍 싸서 숨겼다. 입가에 냅킨을 가져다 대며 입술을 닦는 척 했다. “금방 다 먹었네?” “네. 배고팠나 봐요.” 민망한 듯 웃어 보이자 한미애는 말없이 또 하나 챙겨주려는 눈치였다. 나는 급히 손을 내밀어 제지했다. “괜찮아요, 어머님. 제가 먹을게요.” 내 말에 한미애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거두었다. 나는 커피잔을 천천히 들고 테이블 위의 다른 디저트들을 바라보며 어떤 걸 먹을지 고민했다. 그때, 또다시 기어코 말 한 마디 보태는 사람이 있었다. “요즘 이상하게도 우리 며느리가 새콤한 것만 찾네요. 여기요, 새콤달콤한 디저트 몇 가지 좀 갖다 주세요.”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모연은 아까 꽃꽂이에서 굴욕을 당한 게 꽤나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 틈을 타 분위기를 다시 잡으려는 듯 했고 송 여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모연 씨, 축하드려요. 옛말에 시큼한 걸 좋아하면 아들이라던데, 이번엔 손주 보겠어요?” 이모연은 일부러 놀란 척 손을 모으며 말했다. “정말요? 이번에 아들이면 여진이가 우리 집안의 큰 공이네요. 뭐니 뭐니 해도 박씨 가문의 장손인데요.” ‘장손이라고...?’ 나는 속으로 비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도 그 말이 얼마나 구시대적인 건지 말 안 해줬나 보네.’ 우리 집안은 전통적으로 장자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편이지만 박씨 가문은 좀 달랐다. 박무철은 실력주의자였다. 큰아버지는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었고 박태호와 나머지 삼촌들은 모두 각자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었다. 이모연처럼 성격이 강한 사람에겐 그런 구조가 참을 수 없는 일이었고 그래서 그녀는 박씨 가문의 장손이자 자신의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