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재빠르게 박지한의 옷깃을 움켜잡고 몸을 기울여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는 당황한 듯했지만 그의 손은 솔직했다. 한 손으로 내 허리를 감싸 안고 다른 손으로는 부드럽게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키스를 깊게 이어갔다. 내가 그를 밀어냈을 때, 그는 아쉬운 듯 내 입술을 살짝 어루만지며 물었다. “왜 갑자기 키스한 거야?” 나는 그를 흘겨보며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하고 싶으니까. 하면 안 돼?” 그는 낮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돼. 얼마든지 해.”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다시 키스하려는 듯 몸을 기울였고 나는 본능적으로 손으로 입술을 가렸다. “오빠... 부끄럽지도 않아? 대낮에 사람도 있는데.”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내 이마를 톡톡 쳤다. “먼저 덤벼든 건 너잖아.” 나는 그의 장난기 섞인 말에 대꾸하면서도 슬쩍 뒤쪽을 힐끔 돌아봤다. 온시연의 얼굴은 여전히 나와 똑같았지만 창백한 얼굴에 짙은 화장조차 가리지 못한 다크서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도 나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무겁고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옆의 남자에게 무언가를 말했고, 그 남자는 그녀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겨우 보름 정도 못 봤을 뿐인데 사람이 그렇게까지 야위다니.’ 팔에도 멍이 든 듯 푸르스름한 자국들이 보였다. “뭘 그렇게 봐?” 박지한이 내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지만 다행히 두 사람은 이미 자리를 떴고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아냐. 밥이나 먹자.” 나는 대충 얼버무려 넘겼지만 식사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언제 또 온시연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식사 후, 박지한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웠고 나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방금 찍은 사진을 부모님께 보낼까 망설였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엔 낯선 번호가 떴고 직감적으로 나는 그 전화가 온시연일 거라는 걸 알아챘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전화를 받았다. “언니?” 내가 이름을 부르자 전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