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섬으로 돌아온 직후, 부모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 조용히 별장 대문을 닫았다. 통화를 받자마자 엄마의 히스테릭한 고함이 수화기 너머로 쏟아졌다. 본능적으로 폰을 귀에서 떼었다가 소리가 잦아들기를 기다린 뒤 다시 귀에 댔다. “온나연! 너 그거, 클릭만 하면 언니 위치 볼 수 있다며?” “맞아요. 그 빨간 점이 언니 실시간 위치예요.” 엄마는 거의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근데! 왜 그 애가 바다에 있어? 설마, 설마 바다에 뛰어든 거야?” 나는 재빨리 링크를 눌러 확인했다. 작은 빨간 점이 바다 위를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엄마, 언니 지금 아마 비행기 안에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밤은 제가 계속 위치 확인하고 있을게요. 착륙하면 바로 연락드릴게요.” 내가 진정시키듯 말하자 엄마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전화를 끊으려는 기척이 들렸지만 그 순간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연아, 호영그룹 다음 분기 협력사업 입찰 시작된 거 알지? 우리 제안서... 진짜 괜찮은 거 맞지?” 나는 속으로 냉소적인 웃음을 삼켰다. ‘한 사람은 언니 걱정, 또 한 사람은 회사 걱정. 결국 다 자기 일로 나한테 전화하는 거네.’ “제안서는 문제없어요. 다만 호영그룹이 우릴 선택할지는 결과 나와봐야 알죠.” 그 말에 아빠는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결과는 네가 만들 수 있잖아. 지금 너 박씨 가문 안주인이잖아. 이런 일도 결정 못 해?” 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호영그룹의 운영 방식에 대해 설명하려던 찰나, 아빠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남겨진 건 텅 빈 화면, 그리고 고요한 밤뿐이었다. 하늘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숲속에서는 간간이 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신발을 벗고 부드러운 모래 위에 발을 디뎠다. 손을 뻗어 해풍의 차가운 감촉을 느끼며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만약 가능하다면 평생 이 섬에 머물고 싶었다. ‘세상의 복잡한 것들 다 내려놓고 그냥 이렇게...’ 그때였다. 어깨에 따뜻한 온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