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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아빠라는 발신자를 보자마자 나는 자세를 고쳐앉았다. 그날 요양원에서 돌아와서 엄마 아빠랑 크게 싸운 뒤로 아직까지 화해를 못 하고 있었다. 엄마는 문자로 화내지 말라고 여러 번 말하긴 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답장을 하지 않았었다. 수많은 고민 끝에 나는 결국 그 전화를 받았다. “아빠.” 아빠는 냉정하기 그지없는 말투로 내 몸 상태를 물었고 내가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마치자 둘 사이에는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아빠, 다른 용건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 내 말에 아빠는 다급히 내 이름을 부르며 물었다. “혹시 아직도 우리한테 화난 거야? 그때는 내가 너무 급해서 그랬어. 나랑 엄마는 다 너 위해서 그러는 거 알잖아. 우리가 설마 너 해치겠니?” “알아요. 화 안 났어요.” 그 뒤로 또다시 아까와 같은 정적이 흘렀고 아빠는 이번에도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잘못했어. 너한테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나랑 네 엄마 요즘 네 걱정만 하고 있어. 왜 전화도 안 해?” 부모님이 먼저 사과를 하는데 딸이 돼서 계속 화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요즘 바빠서 까먹은 거예요.” 나는 곧이어 온시연의 상태에 대해 물었다. 점점 나아지고 있어서 곧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아빠의 말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빠와 시답잖은 대화를 더 나누다가 드디어 전화를 끊으려 하는데 그때 아빠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나연아, 호연 그룹 파트너 명단 나왔다는데 결과 어떻게 됐어?” 그제야 아빠가 사과까지 하며 통화를 이어간 이유를 알게 된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최종 결과는 나오면 그때 알려드릴게요.” 전화를 끊은 나는 곧바로 주정연에게 연락을 했다. “정연 씨, 회사에 부동산 프로젝트 있죠? 그거 온정 그룹이랑 같이 하는 거니까 기획안 좀 서둘러줘요. 야근 수당은 세배로 챙겨줄게요.” 여행사업보다는 부동산 사업이 온정 그룹 같은 오래된 기업에 더 적합했다. 호연 그룹과의 협업보다야 못하겠지만 이 사업도 이윤이 꽤나 컸기에 아빠가 거절하진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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