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왜 물어?”
“청광리 에어비앤비 설계도는 너한테 맡겨보고 싶어서. 너 설계 전공했잖아. 꿈도 설계사고.”
전공을 선택할 때 환경 설계를 배우고 싶어서 5년 동안 미술을 배웠었는데 온시연이 설계를 고르겠다고 하도 난리를 치는 바람에 나는 취미도 포기하고 금융을 전공해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차마 설계를 포기할 수가 없어서 유학 시절 설계 수업을 몰래 들으며 설계도도 여러 번 그려봤었다.
그런 나에게 지금 당장 꿈을 펼칠 기회를 주겠다고 하니 나는 저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나는 결국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하는 건 경우가 아닌 것 같아.”
하지만 박지한은 그런 나를 품에 안으며 안심시켜주었다.
“경우가 아닐 건 또 뭐야? 넌 호연 그룹 안주인이야. 능력에 경력까지 있는데 못할 이유가 없잖아.”
“하지만 난 작품도 없는 사람이잖아. 그런 내가 에어비앤비 리모델링을 맡는다고 하면 다들 수긍하지 못할 거야.”
내 말에 박지한은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다른 제안을 했다.
“그럼 네가 설계사로 팀에 들어와. 그러면 다들 이의 없을 거야.”
꽤나 솔깃한 제안에 나는 끝내 고개를 끄덕이고야 말았다.
“그래.”
졸업한 뒤로 설계도라는 걸 그려본 적이 없었기에 나는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박지한의 서재를 차지한 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시대가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설계방법도 그에 따라 변하고 있어서 예전에 배웠던 이론들로는 정말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나 다름없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나는 전혀 힘들지 않았고 설령 앞으로 힘들어질 거라 해도 두렵지 않았다.
그날 밤, 박지한은 밤을 새워 공부하는 내 곁을 묵묵히 지켜주었다.
내가 유 씨 아주머니가 가져온 야식도 거절하며 열중하자 아주머니가 두 번째로 찾아왔을 때는 박지한이 문을 열며 대꾸했다.
“아주머니, 저희 이제 자러 갈 거예요.”
말을 마친 박지한은 노트북을 닫고는 나를 안은 채 안방으로 향했다.
“너 바보야? 아주머니가 정말 야식 먹으라고 우릴 부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