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이사님 말씀대로 이론이 부족하면 그게 실전에도 드러나는 법이었기에 나는 설계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물론 해외 유학을 가면 더 좋겠지만 이미 결혼한 몸이라 그건 박씨 집안에서 반대할 것 같아 나는 국내에 있는 대학을 고르고 골라 경화 대학에 원서를 넣기로 했다.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한다는 게 힘들긴 했지만 인생은 덕분에 더욱 보람차졌다.
청광리에도 때때로 방문했는데 모든 게 다 내 예상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학교의 외관도 거의 다 만들어져가고 있어서 반년만 더 지으면 완공될 것 같았고 우리가 설계해 낸 도안도 주민들이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그렇게 모든 게 순탄하게 진행될 것만 같았는데 어느 날, 이무진이 안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우리와 같이 일하겠다고 약속했던 주민들이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박지한의 부재로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은 것이 그 화근이었다.
순박한 줄로만 알았던 주민들이 이렇게 뒤통수를 치니 당황한 나는 해외에 있는 박지한 대신 이무진을 대동하고 바로 청광리로 향했다.
“주민들이 협조 안 하면 일단 모든 일 중단해. 네 안전이 제일 중요해.”
청광리로 가는 길에 박지한에게 연락이 왔지만 나는 그간 들였던 우리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그런 마음이 박지한에게도 전해진 건지 박지한은 내가 아닌 이무진에게도 한 번 더 당부했다.
“나연이 사고 치지 않게 잘 지켜. 주민들과 정면충돌은 일어나면 안 돼. 무슨 일 생길 것 같으면 일단 다들 돌아가.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고개를 돌려 나를 힐끗 보던 이무진은 이내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청광리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하이힐을 신은 상태로 달려나갔다.
내가 넘어질까 봐 걱정은 되지만 그렇다고 내 몸에는 손을 대지 못하는 이무진이 뛰지 말라며 나를 말렸지만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회의실로 향했다.
좁은 회의실에는 주민들이 빼곡히 모여있었는데 다들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저희가 약속을 안 지키는 게 아니고 이 조건이 너무 좋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