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내 말이 온시연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소리치며 내 입을 막으려고 했다. “너만 아니었으면 난 외동딸로 엄마 아빠의 사람을 독차지할 수 있었어. 그런데 하필 이 세상에 너라는 존재가 생겨서 사랑을 나눠서 가져야 했어. 넌 어릴 때부터 내 물건을 빼앗기 좋아했고, 내 축하 파티를 망친 것도 모자라 엄마 아빠의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사고 치기까지. 나는 평생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언니, 다시 한번 말하는데 그때 나는 정말 아팠어. 일부러 축하 파티를 망치려던 게 아니었다고.” 내가 진지하게 말했지만 온시연은 듣기도 싫은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됐어. 이제는 신경 쓰지도 않아. 오빠랑 결혼한 사람은 어차피 나야. 넌 이미 나한테 졌어. 온나연, 이제부터 넌 나한테서 뭘 빼앗아 갈 생각도 하지 마.” “내가 언제부터 언니 물건을 빼앗았다고 그래?” 나는 화가 나서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은 안 뺏어도 앞으로 안 뺏는다는 보장은 없잖아. 난 네 존재만으로 불쾌해.” 온시연은 팔짱을 끼고 나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내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내가 죽기라도 했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엄마 아빠도 똑같은 생각일 거야. 엄마는 네가 이미지가 나빠져서 나한테 영향을 미칠까 봐 외국에 보내려고 비행기 티켓을 샀다고 했어. 못 믿겠으면 전화해보든가.” 나는 온시연이 내민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필요 없어. 내가 직접 이곳을 떠날 거니까.” 그러고선 카페를 바로 떠났다. 나는 이 도시에 실망하기 시작했다. 사랑도, 가족도 어느 하나 완전한 것이 없었다. 공항에 도착한 나는 최대한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공항 직원은 제일 빠른 것이 미르국으로 가는 항공편이라고 했는데 마침 비자가 필요 없는 곳이라 망설임 없이 바로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나는 마지막으로 이 도시를 바라보았다. 경성은 나를 슬프게 하는 도시였다. 큰 반전이 없는 한 아마 평생 이곳에 돌아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