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송기영은 갑작스러운 전개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송기영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밖으로 걸어 나갔다.
나는 그가 걱정되어 뒤쫓아 나갔다.
송기영 집 문 앞에는 누군가가 캐리어를 끌고 서 있었다. 마을 가로등이 그렇게 밝지 않아 나는 다가가서야 상대방이 키가 작고 피부가 하얀 소녀임을 알 수 있었다.
방금 그렇게 큰 소리를 낸 사람이 이 사람이라는 게 믿기 어려웠다.
송기영은 소녀를 발견한 순간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말했다.
“여긴 왜 왔어. 누가 내 주소를 알려준 건데?”
소녀는 송기영을 본 순간 캐리어를 내팽개치고 폴짝폴짝 뛰어와 그의 팔을 꼭 잡았다.
“너무 보고 싶어서 찾아왔지. 저번에 헤어지고 석 달이나 만나지 못했는데 나 안 보고 싶었어?”
송기영은 냉정하게 팔을 그녀의 품에서 빼내면서 말했다.
“아니. 지금 바로 비행기 티켓을 사줄 테니까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
두 사람이 아주 친한 사이인 것 같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다정한 모습을 보니 분명 연인인 것 같아 방해하지 않으려고 뒤돌아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눈치가 빠른 소녀가 먼저 나를 발견하고 아래위로 훑어보길래 뻘쭘한 마음에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소녀는 내 인사를 무시한 채 송기영을 바라보며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누구야?”
송기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소녀가 먼저 내 앞으로 다가오자 내가 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옆집에 사는 이웃이에요.”
나는 내 집을 가리켰고, 소녀도 내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쳐다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무슨 이웃이 남녀끼리 한밤중에 같이 있어요?”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억지 미소를 지었다.
소녀는 다시 송기영을 돌아보며 욕설을 퍼부었다.
“나쁜 자식. 멀리서 찾아왔는데 다른 여자랑 함께 있었어? 지금 바로 할머니한테 전화할 거야. 나를 괴롭혔다고.”
소녀가 휴대폰을 꺼내려고 하자 내가 다급하게 말렸다.
“정말 오해에요. 기영 씨랑은 그냥 평범한 이웃일 뿐이고, 오늘 우연히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