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힘껏 등산지팡이를 휘둘렀지만 막 던진 순간 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눈앞에 선 사람은 분명 남자였고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송기영은 재빨리 몸을 옆으로 틀어 가까스로 내 공격을 피했다.
“설마 너희 둘이 짝지어 다니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나한테 공격까지 하다니.”
마음속에 얽혀 있던 한숨이 풀리자 나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해 땅바닥에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래도 나한테는 그렇게까지 큰 예를 갖출 필요 없어.”
송기영이 내 손을 잡고 힘껏 일으켜 세웠다.
주소연은 익숙한 목소리에 반응해 한쪽 다리로 뛰어나와 송기영의 품에 안겼다.
송기영은 우리가 처참한 모습이 된 것을 보고 눈빛이 순간 경계로 바뀌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널 공격한 거야?”
나는 기운 없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빨리 가자. 여기 늑대가 있어.”
일어난 일을 간단히 송기영에게 설명했다.
송기영은 잘생긴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혹시 늑대가 아니라 사슴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주소연과 동시에 ‘아’ 하고 소리를 냈고 송기영은 주소연을 업고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집주인이 말 안 했어? 이 작은 마을에서는 몇 년 전에 큰 야생동물들이 다 쫓겨났어. 하지만 이 삼나무 숲은 식생이 무성해서 초식동물이 많이 산다고 했어.”
나는 주소연과 눈을 마주쳤고 서로의 눈빛에서 어색함이 묻어났다.
“그러니까 너희가 뭘 제대로 못 보고 겁에 질렸다는 거지?”
송기영은 우리를 가차 없이 놀렸다.
나는 주소연을 업고 걸으며 이미 힘이 다 빠져 겨우 송기영을 따라가고 있었기에 농담할 기운은 전혀 없었다.
주소연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송기영과 말다툼을 벌였고 송기영도 물러서지 않고 받아쳤다.
점점 나는 송기영의 빠른 걸음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어졌다.
주소연은 걱정스레 내 상태를 물었고 나는 창백한 얼굴로 괜찮다고 대답했다.
송기영은 아무 말 없이 가방에서 당분이 든 음료수를 꺼내 뚜껑을 따 내게 건넸고 속도를 줄이며 뒤따라왔다.
숲을 벗어나자 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