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는 한 디자인 학과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 학과는 내가 대학 시절 이미 들어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캠퍼스는 크지 않지만 오랜 역사와 뛰어난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며 디자인 업계에 수많은 인재를 배양해 온 명문이었다.
나는 곧바로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고 마침 지금이 신입생 모집 기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 놀라운 건 그 대학이 이 작은 마을에서 차로 불과 두 시간 거리라는 점이었다.
순간 ‘나도 다시 꿈을 좇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망설임 없이 그 학교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관련 서적을 여러 권 구입해 매일 집에 틀어박혀 공부에만 집중했다.
주소연은 옆집으로 이사했지만 여전히 가까이 살고 있었고 자주 우리 집에 놀러 왔다.
내가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주소연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와. 언니, 진짜 대단해요.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 발전하려고 하다니. 나는 절대 못해요. 맨날 놀 생각만 하고 책 좀 읽으면 죽을 것 같거든요.”
그녀가 나를 칭찬하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웃으며 물었다.
“그래도 우리는 공부를 포기하면 안 돼. 소연아, 너는 대학에서 무슨 전공 했어?”
“철학이요.”
나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전공은 취업하기 쉽지 않잖아.”
주소연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그래서 박사까지 했어요. 근데 진짜 공부는 사람 할 짓이 아니에요.”
나는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공부가 사람 할 짓이 아니라면서 박사 학위를 땄다니.’
주소연은 입에 베리를 몇 알 넣으며 말을 이었다.
“근데 지금 공부하는 방식이 좀 비효율적인 것 같아요. 제가 괜찮은 방법 하나 알려드릴게요. 그 방법대로 하면 일주일 안에 책 한 권 끝내는 건 식은 죽 먹기죠”
그녀의 말처럼 주소연의 공부법은 정말 효과적이었고 역시 박사 학위는 아무나 따는 게 아니었다.
송기영도 내가 공부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다.
가끔은 시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주며 조용히 곁을 지켜주곤 했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