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소연과 함께 집을 나섰다.
국제 운전면허증이 있는 주소연이 차를 몰아 나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의사는 내 증상을 차분히 묻고 나는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했다.
그 후 그는 복부를 조심스레 눌러보다가 조용히 물었다.
“마지막 생리는 언제였나요?”
속이 안 좋아서 병원에 온 것뿐인데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생리 날짜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늘 핸드폰 앱의 알림에 의존했지만 새 휴대폰으로 바꾼 뒤 그 앱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기억을 더듬다 마지막 생리가 국내에 있을 때였다는 것이 떠오르자 문득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벌써 두 달이 지났다는 걸 깨달은 나는 떨리는 입술로 날짜를 말했고 의사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변 검사를 해보시죠.”
나는 당황한 채 서둘러 설명했다.
“원래 생리가 불규칙하긴 한데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의사는 부드럽고 단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정확한 진단 없이는 약을 처방할 수 없습니다.”
내가 어떻게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나섰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복도에서 기다리던 주소연이 내 얼굴을 보더니 걱정스레 물었다.
“온나연 언니, 괜찮아요?”
나는 힘겹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검사를 하자고 했어.”
내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주소연이 다정하게 나를 부축했다.
“무슨 검사요? 같이 가 줄까요?”
나는 마음을 추스르며 그녀의 손을 가볍게 뿌리치듯 정중히 거절했다.
“괜찮아.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줘.”
소변 샘플을 간호사에게 건넨 뒤 나는 멍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서 결과를 기다렸고 어느새 손은 아랫배를 감싸고 있었다.
‘정말 내 안에 아기가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지워야 할까 아니면 낳아야 할까?’
나는 더 이상 박씨 가문과 어떤 인연도 맺고 싶지 않았지만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하나의 생명이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