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9화

병원의 각 층마다 환자로 위장한 박진호의 경호원들이 잠복해 있었고 심민아의 일거수일투족을 한동욱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침대에 앉아 있던 박수연은 서둘러 품에 안고 있던 감자칩을 베개 아래에 숨긴 뒤, 오빠의 손을 잡고 얌전히 누웠다. 심민아가 병실에 들어서려는 순간, 딸아이의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수연이 너무 아파. 흑흑,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박진호가 딸의 연기에 바로 맞장구를 쳤다. “엄마가 지금 바빠서...” 박지훈은 문틈 사이로 보이는 그림자를 슬쩍 곁눈질하며 꽤 그럴듯한 여동생의 연기에 놀랐다. 평소라면 절대 협조하지 않을 그였지만 오늘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빠, 이제 그만 엄마 편들지 마. 우리도 다 알아. 엄마는 지금 이 병원에서 다른 남자 옆에 붙어서 돌봐주고 있다는 거.” 세 사람의 완벽한 호흡에 딸아이는 더 크게 울어댔다. “아빠, 나랑 오빠 때문에 엄마가 화난 거야? 그래서 우리를 안 보러 오는 거지?” 박진호는 딸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때문이 아니야. 다 내 탓이지...” 아들이 곧바로 한술 더 떴다. “다른 아이들은 밤마다 엄마가 안아주고 토닥이며 재워준다고 하던데... 다른 아이들만 누릴 수 있는 건가 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우린 그런 기대 하지 말자. 우리 엄마 마음속엔 언제나 남이 우선이니까.” 박수연은 어리둥절해졌다. ‘어라? 오빠가 갑자기 왜 대본에 없던 말을 하지?’ 박진호 역시 놀랐다. ‘이런 대사가 있었나?’ 문밖에서 듣고 있던 심민아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오늘 밤 딸아이가 자신을 찾아 헤매다 차에 치이고 박지훈이 동생을 구하려다 함께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참이었다. 그녀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집에만 있었더라면...’ 심민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병실 문을 열어젖히며 외쳤다. “엄마 마음속엔 언제나 너희들이 우선이야!” “엄마!” 박수연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