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2화

박진호가 욕실로 끌려 들어갔다. 안은 따뜻한 수증기로 가득했고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심민아의 몸 위에 남은 비누 거품을 부드럽게 씻어내고 있었다. 하얗고 아름다운 그녀의 맨몸은 눈부시게 빛났다. 순간 솟구치는 충동을 힘겹게 억누르며 박진호는 그녀의 손목을 꽉 쥐었다. ‘뭐야, 생각보다 성급하잖아?’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가볍게 들어 올려져 의자 위에 앉혀졌다. 남자의 긴 손가락이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칼 사이로 들어와 샴푸 거품이 묻은 머리를 살살 마사지했다. “힘 괜찮아?” 갑작스러운 물음에 심민아는 순간 당황하며 손가락으로 콧등을 살짝 문질렀다. “설마 내 머리 감겨주려고 그렇게 뜸을 들인 거야?” 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되물었다. “그럼 다른 걸 기대했어?” 심민아는 부끄러운 듯 헛기침을 하며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아니, 아무것도.” 박진호는 정성껏 그녀의 머리를 감겨주고 말린 뒤 헤어 에센스를 바르고 드라이까지 마무리했다. 욕실을 나설 때는 그녀의 젖은 발을 무릎까지 꿇고 정성스럽게 닦아주었다. 마치 그녀의 환심을 사려는 듯한 남편의 모습에, 침대에 앉은 심민아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혹시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어?” “응.” 한참 망설이던 박진호가 휴대폰을 꺼내 박진운이 올린 사진을 그녀 앞에 내밀었다. “얘가 당신 머리를 만졌어.” 사진을 본 심민아는 그제야 남편이 왜 그렇게 욕실에 따라와 굳이 머리를 감겨줬는지 이해했다. 심지어 다섯 번이나 반복해서 씻느라 두피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는 박진운의 흔적을 그녀에게서 완벽히 지우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녀가 생각에 잠긴 사이, 박진호의 목소리가 다시 나지막이 들려왔다. “난 다른 남자가 너한테 닿는 게 싫어. 그게 설령 머리카락이라도.” 억울한 듯 그녀를 바라보는 남편의 얼굴을 보자 심민아의 머릿속에 갑자기 사악한 생각이 스쳤다. ‘저 얼굴로 울면 꽤 매력적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그녀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그때 걔가 내 머리에 벌레 있다고 해서 만진 거야.”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