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르르.
임미정의 손이 멈칫했다.
그녀가 실수로 테이블 위의 유리병을 건드리는 바람에 밤껍질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그녀의 혼란스러운 마음처럼 어지럽게 퍼졌다.
심민아는 몸을 숙여 흩어진 밤알을 하나씩 줍다가 문득 임미정의 손끝이 빨갛게 부어 있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친구의 손을 잡아 부드럽게 주물렀다.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왜 그렇게 놀란 사람 같아?”
임미정은 멍하니 있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냐. 그냥 조금 놀랐어. 그런데 넌 박 대표가 그 남자아이였다는 걸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사실 임미정은 진작부터 박진호가 그 남자아이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박진운이 가짜로 행세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오히려 속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신이 직접 심민아와 박진호 사이를 방해할 수는 없었고 그럴 이유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박진운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박진운은 방해는커녕 오히려 두 사람의 사이를 더욱 애틋하게 만들어 놓고 말았다.
심민아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정보는 우상혁이 알려준 것이었고 당시 납치된 오빠의 ‘시신’은 박씨 가문으로 보내졌다고 했다.
임미정이 그 말을 듣자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꿈틀거렸다.
“상혁 씨가 알아본 건 단지 사람이 박씨 가문으로 옮겨졌다는 것뿐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때 박씨 가문으로 옮겨진 사람이 박진운인지 박진호인지 확신할 수 있어?”
그녀는 차분한 어조로 심민아를 설득하듯 말했다.
“잘 생각해 봐. 만약 그 남자아이가 정말 박씨 가문의 아들이었다면, 박씨 가문에서 어떻게 납치범들이 그 아이를 죽이도록 내버려둘 수 있었겠어? 네가 혹시 오해한 건 아닐까?”
심민아는 한동안 말없이 생각하다가 목에서 사파이어 목걸이를 풀어 임미정의 손에 올려주었다.
“3일 후, 자선 경매회가 열릴 거야. 그때 이 목걸이를 익명으로 경매장에 내놔줘.”
그녀는 이미 조사한 바 있었다. 3일 후 열리는 그 자선 경매회에 박진호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만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