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6화

박진 그룹의 회의실은 숨 막힐 듯한 침묵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프로젝트부와 투자부에서 터진 문제로 인해 박진호의 표정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예리한 질책이 계속될수록 자리에 앉은 두 부서의 매니저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회의실에 갑자기 낯익은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사람이 감히 내 남편을 다치게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내 남편을 다치게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내 남편.” “내 남편.” 박진호의 휴대폰이 블루투스와 연결되어 있었던 탓에, 이 매력적이고도 화가 난 여성의 음성이 회의실에 반복해서 울려 퍼졌다. 심지어 뒤쪽 부분의 ‘내 남편'이라는 세 글자만 계속 반복 재생되었다. 회의실을 짓누르던 냉기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방금까지 죽은 듯 침묵하던 두 매니저가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때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마치 저승사자 같던 박진호가 흐뭇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싶었다. ‘우리 대표님께서 저렇게 웃으신 게 도대체 얼마 만인가!’ 분위기가 풀어지자 두 매니저는 서둘러 말을 꺼냈다. “대표님, 저희가 이번 일은 제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실수한 인턴들은 바로 해고하겠습니다.” 박진호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계속해서 녹음을 반복해서 들으며 말했다. “신입이 실수 좀 할 수 있지. 다들 젊었을 때 실수 한 번 안 해봤어? 회사 오래 다닌 사람들이 그렇게 융통성이 없어서야 되겠나?” 두 매니저는 어리둥절했다. ‘방금 전까지 젊다는 건 핑계가 될 수 없다며 단호히 꾸짖던 사람이, 정말 이 사람이 맞나?’ 단지 몇 초간의 짧은 음성 메시지 하나가 냉혈한 같던 박진호를 온화한 부처님으로 만들어놓았다. 영업부의 실적이 떨어졌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박진호가 말했다. “아, 너무 무리해서들 그래요. 이번 기회에 일주일 정도 유럽으로 단체 여행이나 다녀오세요. 회사가 비용은 전부 책임지겠습니다.” 운영부에서 실수를 하자 박진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