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1화

경안시 외곽의 어느 집. 아늑하게 꾸며진 작은 집은 따스한 느낌을 풍겼고 식탁 위에는 정성스럽게 차린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오늘 심민아는 처음으로 민소연의 언니, 민소율을 만났다. 그녀는 인상 그대로 매우 온화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어서 앉으세요. 요리 하나만 더 준비하면 바로 드실 수 있어요.” 민소율은 동생에게 손님을 잘 모시라고 부탁하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심민아는 앞치마가 터질 듯한 민소율의 풍만한 몸매에서 시선을 옮겨, 납작한 민소연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민소연은 그녀의 눈빛에서 모든 것을 읽었는지 풀이 죽어 고개를 떨구었다. ‘같은 엄마가 낳았는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한 비서님, 과일 좀 드세요...” 민소연이 적극적으로 한동욱에게 과일을 권했지만 그는 멍하니 주방의 민소율만 바라보고 있었다. “소율 씨, 제가 도와드릴게요.” 한동욱이 그대로 주방으로 들어가자 민소연은 손에 든 과일 접시를 내려다보며 우울해졌다. 평소 가장 떠들썩하던 민소연은 이날 식사 내내 이상하게 조용했고 분위기가 아무리 좋아도 내내 시큰둥한 모습이었다. 그런 동생의 마음을 모르는 듯 민소율은 술까지 준비해 한동욱을 식탁에 앉히고 함께 식사를 권했다. 한동욱이 어색하게 박진호의 눈치를 살피자 박진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퇴근 후엔 이렇게 긴장할 거 없어. 같이 앉아서 먹자.” “이건 저희 고향에서 직접 담근 술이에요. 비싼 술은 아니지만 맛은 좋아요. 한번 드셔보세요.” 민소율은 심민아와 박진호에게 먼저 술을 따라준 뒤, 한동욱에게도 따라주었다. “나도 마실래!” 한동안 말없이 있던 민소연이 갑자기 토라진 듯 입을 열었다. “너 술 잘 못 마시잖아.” 민소율이 막내 동생을 웃으며 타일렀지만 민소연은 고집스럽게 말했다. “나 더 이상 어린애 아니거든!” 결국 동생의 고집을 꺾지 못한 민소율은 그녀에게 작은 잔으로 술을 따라주었다. 심민아는 이 자리에서 엄마 같은 언니가 어떤 모습인지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민소율은 예의 바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