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지화영은 박태진이 가은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권력을 휘두르려고 하다가 제 무덤을 판 꼴이 되었다. 박태진이 예뻐하는 가은도 권력과 재력이 어마어마한 가문의 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화영은 손이 덜덜 떨렸다. 지금 후회한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박태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차갑게 말했다. “만약 가은이 당신 딸을 때렸다고 확신한다면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지. 검사하고 나서 확실히 다쳤다고 하면 원하는 만큼 배상하겠어. 하지만 당신이 일방적으로 가은을 협박하고 괴롭힌 거라면 박미 그룹의 법무팀을 동원해서 소송할 거야.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여자아이를 내쫓겠다면서 협박한 건 범죄이니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어.” 지화영은 깜짝 놀라서 입을 틀어막았다. 박미 그룹의 법무팀은 상업계에서 아주 유명할 정도로 실력이 강했다. 박미 그룹 법무팀은 패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만약 이 일이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지한 그룹도 같이 망할 것이다. 지화영이 승소할 확률은 아주 낮았다. ‘조금 전에 이 여자아이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면 절대 실수하지 않았을 텐데...’ 그녀는 후회되어서 박태진한테 싹싹 빌었다. “박 대표님,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아이의 말만 듣고 잠시 미쳤었나 봐요. 그리고 이 아이가 대표님 가문의 사람일 줄 몰랐어요. 고귀한 분을 앞에 두고 알아보지 못해서 죄송해요. 우리 수진의 잘못이고 저의 잘못이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박 대표님처럼 아량이 넓으신 분이라면 넘어가 주실 거라고 믿어요.” 박태진은 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 딸이 먼저 손을 댔다는 걸 인정한다는 거네?” 지화영이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마, 맞아요.” 박태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당신 딸이 먼저 손을 댔다는 걸 알면서 일부러 가은을 협박했다는 거야? 가은의 뒷배가 되어줄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함부로 대한 거냐고!” 지화영은 고개를 숙인 채 온몸을 덜덜 떨었다. 그 모습을 본 박태진이 콧방귀를 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