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유는 박태진 주변에 나타날 만한 여자가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떠오르지 않았고 며칠 전에 만났던 의사는 그런 스타일의 옷을 소화할 수 없었다.
그녀는 박태진이 자신을 위해 몰래 준비한 선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설마 오늘 서프라이즈를 준비한 건가?’
허지유는 잔뜩 신이 난 채 말했다.
“알겠어요.”
그녀가 전화를 끊자 직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 대표님은 다른 여자한테 옷을 사준 건데, 허지유 씨가 왜 기뻐하는 거지? 정말 괜찮은 걸까?’
허소원과 박태진은 백화점에서 나왔다. 그녀는 연구소로 돌아가기 전에 박태진한테 할 말이 남아있었다.
“휴대폰을 꺼내 봐.”
“내 휴대폰으로 뭐 하려고 그래?”
허소원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내가 사려고 했던 옷보다 몇 배 비싸잖아. 계좌로 돈을 보내줄 테니까 계좌 번호를 알려줘.”
박태진은 그녀가 비싼 옷을 마음에 들어 해서 기분이 좋았었다. 그런데 백화점에서 나오자마자 선을 그으려고 해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일부러 쌀쌀맞게 대답했다.
“당신은 내가 그렇게 싫어? 나 때문에 스커트가 찢어졌으니 그저 가져도 되잖아.”
허소원이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 내가 당신을 좋아해야 할 이유가 없어.”
박태진의 눈빛이 갑자기 돌변했다.
“그렇다면 이건 당신이 나한테 진 빚이라고 해둘게. 그 옷의 가격은 1억이고 내가 빚을 갚으라고 할 때 전부 갚아. 곧 다시 찾아갈 테니까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 도망친다고 해서 내가 당신을 찾아내지 못할 것 같아?”
그는 차에 올라타면서 정시훈한테 지시했다.
“지금 바로 회사로 가.”
“알겠어요.”
정시훈이 재빨리 차에 타면서 말했다. 허소원은 멀어지는 차량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멍때리고 있었다.
‘박태진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지금 갚는 게 아니라 나중에 기분 좋을 때 돈을 받으러 오겠다고? 나를 괴롭히려고 안달 난 사람 같아. 나한테 또 다른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허소원이 피식 웃으면서 자리를 떠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