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허소원은 주변에서 한창 정리를 하고 있는 하인 한 명을 붙잡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폭격이라도 당한 거예요?” 하인은 허소원의 농담을 듣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우리 작은 도련님이 하신 거예요.” 그 말에 허소원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은성이가요?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 박은성은 평소에 아주 얌전한 아이였다. 게다가 그 어린아이가 어떻게 집을 이렇게 만들 수 있었을까? 허소원은 그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하인이 멀리 있는 곳을 가리켰다. 몇 명의 경호원들이 로봇을 옮기고 있었다. “저기, 저 로봇을 사용하셨습니다.” 성인 크기의 로봇을 본 허소원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박은성이 이 정도로 장난기가 많았나? 하지만 왜? 그녀가 평소에 돌본 아이는 이렇게 말썽을 부리는 아이가 아니었기에 그럴만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은성이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하인이 대답했다. “안에 계세요. 도련님께서 꾸지람을 하고 계십니다.” 허소원은 이 말을 듣고 급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 안. 박태진은 소파에 앉아 위엄 있는 자세로 뭐라 묻고 있었다. “이유를 대봐. 왜 이런 짓을 했지?” 박은성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유 없어요.” 그의 대답은 박태진은 불만을 샀다. 박태진은 더욱 차가워진 말투로 물었다. “다시 생각해보고 대답해. 아무 이유 없이 마구잡이로 난동을 부리면 벌 받는 거 알지?” “알아요. 벽 보고 반성해야죠. 지금 가요.” 이번에는 아예 이유조차 말하지 않았다. 박태진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고 그의 눈동자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가 아들을 제대로 훈계하려는 순간 갑자기 박은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모.” 반성하러 가던 아이의 눈에 허소원이 보였다. 왠지 모르지만 그녀를 보자마자 불타버린 유전자 검사 보고서가 떠올랐다. 그 순간, 애써 참고 있던 눈물이 갑자기 흘러내렸다. 허소원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바라보며 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