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14장

이천후는 대붕의 마지막 남은 진령을 힐끗 내려다보았는데 너무 비참했다. 그래서 그는 더 늦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조금 전 혼돈 풍폭이 나타났으니 또 다시 생겨날지 누가 알겠는가. 그 괴이한 광풍에 휘말리면 죽음은 피할 수 없다. 확률이 아무리 희박해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붕이 그 뼈아픈 전례를 몸소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이천후가 슬슬 자리를 뜨려던 순간. 슈욱. 한 줄기 붉은빛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더니 붉은 도포를 걸친 한 도인이 눈앞에 나타났다. 바로 계합 성자였다. 조금 전 혼돈 풍폭이 몰려올 때 그는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수십 리 밖으로 달아났었다. 그러다 그 폭풍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보게, 대붕 형님은 어디 있는가?” 계합 성자는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는데 그의 눈빛에서 경계심이 스쳐갔다. 이천후는 입꼬리를 실룩이며 등과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조금 전 대붕이 계합 성자를 ‘요역의 재앙신’이라 불렀고 심지어 봉운조차 그를 피해 다닌다고 했었다. 게다가 대붕은 그가 사람을 뜯어말리는 걸 좋아하는데 누구든 말리기만 하면 꼭 죽는다고 했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계합 성자가 대붕에게 말리던 순간 하필이면 조 분의 일 확률이라는 혼돈 풍폭이 나타났고 대붕은 단숨에 찢겨나가 사라졌다. 이천후는 이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은 정말로 재앙 그 자체였다.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대붕은 혼돈의 역류에 휘말려 육신도 도혼도 모두 소멸했어.” 이천후는 계합 성자를 바라보며 속으로 전율했고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랬구나...” 계합 성자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더니 하늘을 우러르며 안타까워했다. “금익 대붕왕이여... 당신 조카가 죽었습니다...” 그는 중얼거리며 눈물을 훔쳤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어 이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보게, 부디 내...” 슈욱. 그런데 이천후는 계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번개 늑대 보법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며 미친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