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계합 성자의 본체는 바로 요족 중에서도 속도로 이름을 떨친 ‘비운표’였다. 속도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그는 자족의 생명 신통이라 할 수 있는 강력한 공간 이동 보술을 익히고 있었는데 이 기술은 이천후의 천지이동스킬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 위력을 지녔다.
요역에서 ‘제1의 재앙신’이자 ‘최고의 불운신’으로 불리는 그. 지금까지 말렸다 하면 죽는 기이한 징크스로 인해 요족 수많은 생령들이 그를 원수처럼 여기며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멀쩡히 잘 살아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너무 빨라서 누구도 못 잡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능자조차 그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 순간 계합 성자는 이천후의 기운을 정확히 포착하고는 껌딱지처럼 따라붙기 시작했다. 어디를 가도 떨어지지 않고 끈질기게 들러붙은 것이다.
‘젠장... 이딴 불운신을 어떻게 떨쳐내란 말이야.’
이천후는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아무리 달려도 벗어날 수 없었다.
계합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고 심지어 대붕보다도 더 빠르다고 느껴질 지경이었다.
몇 시간이 지난 뒤 이천후는 결국 지쳐서 산봉우리 위에 쓰러졌다. 곧 죽을 듯 기진맥진해서 팔 다리를 쭉 뻗고 널브러져 있었다. 더는 도망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 붉은 빛에 둘러싸인 계합 성자가 웃음꽃이 핀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천후를 보며 점점 더 마음에 든다는 듯 흐뭇한 표정이었다.
화령경 초기에 불과한 이천후가 화령경 절정에 이른 대붕과 대등하게 싸웠다. 게다가 그 나이에 이토록 놀라운 도술을 갖추고 있다니. 계합 성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망치는 내내 몇 번이나 그를 놓칠 뻔했을 정도였다.
계합 성자는 이천후를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도우, 그만 도망치고 내 말 한 마디만 들어주게.”
이천후는 누워 있다가 잽싸게 벌떡 일어나더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제발 말리지 마. 필요한 말만 해!”
계합 성자는 곧장 이야기를 꺼냈다.
“요역 깊은 곳에 아주 묘한 장소가 하나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