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19장

계합의 눈썹이 꿈틀였다.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마곤이 정말 이천후를 탐내고 있었던 것이다. “마곤 요왕, 세상 모든 일엔 선후가 있는 법이지요. 제가 먼저 이 자리에 도착했으니 부디 마곤 도우께서 물러나 주시기를 바랍니다.” “허허.” 마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계합, 만약 여기가 서부 요역이었다면 네 뒤에 성왕 할아버지가 계시니 내가 조금 물러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여긴 등천로야. 본좌가 너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오늘 본좌는 반드시 이천후를 데려갈 것이다.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 말은 천둥처럼 울려 퍼졌고 마곤의 태도는 조금의 물러섬도 없었다. 계합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몸에서 현묘한 기운이 솟구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마곤 요왕, 부디 제 말을 들으십시오...” “닥쳐라!” 마곤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하더니 계합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 계합은 요역 제일의 재앙신이자 ‘권유의 왕’이라 불리는 존재. 누구를 말리든 말린 자는 반드시 죽는다는 악명 높은 자이다. 마곤이 아무리 대기운과 대신통을 지닌 자라 해도 계합의 ‘권유의 도’에는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다. 그 순간 한쪽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천후는 속으로 깊이 놀랐다. 마곤 정도 되는 존재가 계합 성자의 권지에 이토록 예민하게 반응하다니. 차라리 계합이 마곤을 설득해서 물러가게 해주길 바랐다. 이자는 너무나도 위험한 존재였다. 그 어떤 짓도 서슴지 않을 것 같은 위협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미 마곤이 대신통으로 이 일대를 봉쇄한 이상 도망은 불가능했다. 이제 남은 희망은 오직 계합뿐이었다. 그때 계합은 담담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마곤 도우, 무엇이 그리 긴장되십니까? 저의 말도 들어보십시오. 도우는 살생을 즐기고...” “계합, 이 개자식! 입 닥쳐라! 감히 본좌의 사람을 빼앗으려 하다니, 오늘 너와는 죽을 때까지 끝을 보겠다!” 마곤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다시 한번 계합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 짧은 시간 사이 두 번이나 자신을 설득하려 들다니 아무리 봐도 수상쩍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