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18장

“겁내지 말게!” 하늘 끝에서 붉은 노을이 갑자기 터져 나오며 계합 성자가 구름을 딛고 번개처럼 달려왔다. 그의 허리에 찬 옥패는 찰랑이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그는 뻔뻔하게 외쳤다. “내가 ‘구천현찰경’ 진본을 준비해 두었다네! 이 도우만 오면 함께 참오할 수 있다네!” 마곤의 동공이 순식간에 수축됐다. 계합이 지나간 자리마다 하늘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는 듯 보였다. ‘재앙의 신’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걷기만 해도 흑운이 몰려드는 자이니까. 그 광경에 마곤 대요괴조차 본능적으로 반 발짝 뒤로 물러섰다. 요역 제1의 재앙신이라 불리는 계합 성자, 마곤 역시 그를 극도로 꺼려했고 평소엔 일부러 피해 다녔다. 괜히 가까이했다가 재수 없게 흑운에 말려들기라도 하면 재앙이 닥칠까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마침내 이곳에서 이천후를 붙잡은 마당에 어찌 그리 쉽게 물러설 수 있겠는가? 이자에게 만선천서가 내려왔다는 건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천운이 따른다는 뜻이었다. 만약 그 천운을 강탈할 수 있다면 요역 제1인이 되는 것도 꿈은 아니다. 마곤의 속셈은 분명했다. 먼저 이천후의 기운을 탈취하고 다음에 만선천서도 손에 넣겠다는 것. ... 사방에 강풍이 휘몰아치고 마곤의 요의에 새겨진 금색 문양이 어둠 속에서 섬광처럼 빛났다. 누가 알았겠는가. 이 천하를 호령하는 젊은 요왕이 300년 전까지만 해도 백두응족에서 변신조차 하지 못하던 잡새였다는 사실을. 그 모든 것이 변한 건 부패골 늪에서 반쪽짜리 청동 나침반을 주운 날이었다. 손끝이 탐욕의 문양 ‘도철문’에 닿는 순간 태고 요왕의 잔존 혼이 검은 안개가 되어 그의 일곱 구멍으로 스며들었다. “대약탈술, 천지의 조화를 빼앗고 중생의 복운을 삼켜라...” 쉰 목소리의 속삭임이 그의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그날 이후 요역에는 천재들을 사냥하는 미치광이가 등장했다. 적련사족의 성자는 혼례식 날 돌연 사망했고 온몸의 기운이 말라붙어 미이라처럼 변했다. 분천원 노조는 폐관 수련 중 도기가 붕괴되어 수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