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8화

“나...” 유하연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만지면서 말했다. “아직 아무런 단서도 없어.” “그러면 일단 알아보고 있어. 나중에 다시 물어볼게.” 김성호는 말을 끝내자마자 차에 올라탔다. 너무 빨리 가서 유하연은 그만하라고 말할 틈도 없었다. 비록 유하연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약속대로 토요일 아침 8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망치려 해도 도망칠 수가 없었다. 연정은 머리를 갸웃한 채 도우미가 머리를 묶어주길 기다리면서 유하연이 어두운 표정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엄마, 왜 그래요? 회사에 가는 거예요?” 유하연이 주말에 야근하는 건 흔한 일이라 이미 익숙했다. 하지만 이런 표정은 처음이라 회사가 망하는 건 아닌지, 이대로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유하연은 오늘 유도경과 ‘데이트’해야 한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얼버무리며 말했다. “만날 사람이 있어서. 저녁 10시 전에 돌아올 거니까 집에서 얌전히 놀고 있어.” 연정은 더욱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유하연은 연정이가 계속 물어볼까 봐 후다닥 도망갔다. 유하연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본 연정은 눈을 깜빡이다가 베란다로 달려가 발꿈치를 들면서 밖을 내다보았다. 아파트 입구에는 유도경이 서 있었다. 차 안에 운전사가 없는 걸 보니 유도경이 직접 운전해서 온 모양이다. 유도경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뜻밖에도 신사답게 유하연을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차에 올라탄 유하연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 들어 집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작은 머리 하나가 재빨리 숨는 모습을 발견했다. 유하연은 뭔가 들킨 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불편했다. “뭘 보고 있는데?”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유도경이 가속페달을 밟으며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유하연은 연정이 보고 있었다는 말을 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어떤 계획인데?” 오늘 온종일 유도경이랑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유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