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4화

유도경에게 설명하고 나서 연정은 마음에 찔리는지 유하연의 옷깃을 잡으면서 말했다. “엄마, 제가 방해한 거예요?” 연정의 맑고 커다란 눈을 바라보면서 유하연은 멈칫하고 말았다. 비록 연정이 필사적으로 숨기려 했지만 유하연은 그녀가 유도경을 신경 쓰고 있고 가까워지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눈치채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부터 좀 기미가 보였는데 아마도 혈연적 본능일 수도 있었다. 특히 연정이 진실을 알고 나서부터 점점 더 티가 났다. 유하연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유하연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연정은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숙였다. 얼굴은 한없이 초조해 보였다. “미안해요. 엄마, 지금 바로 갈게요.” “아니야. 그 뜻이 아니라...” 유하연은 멈칫하다가 연정을 붙잡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당장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유도경과 온종일 데이트해야 일기장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가져가.” 유도경이 유하연에게 한 나무 상자를 건네면서 말했다. “어차피 시간도 거의 다 돼가. 내 기분을 망친 쓰레기 같은 사람부터 처리해야겠어. 넌 연정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 눈앞에 있는 나무 상자를 보며 유하연은 믿기지 않는 듯 멍하니 고개 들어 유도경을 바라보았다. 이 안에 바로 방시안의 일기장이 들어있었다. ‘이대로 나한테 준다고?’ 유하연은 아직도 골치 아픈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가지기 싫어? 싫으면 내가...” 유하연이 한참 멍하니 일기장을 받아 가지 않자 유도경이 다시 가져가려 했다. 유하연은 유도경이 마음을 바꿀까 봐 냉큼 일기장을 낚아채고 멀찍이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연정의 손을 잡고 유도경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유 대표님께서 바쁘시다면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요. 아량이 넓으신 게 딱 봐도 큰일 하실 분이네요. 앞으로 부귀영화만 누리길 바랄게요.” 그녀는 어차피 돈 들이지도 않는 일인데 마음껏 칭찬했다. 유하연은 말을 끝내자마자 서둘러 연정을 데리고 도망쳤다. 유도경이 따라올까 두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