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윤정후의 얼굴이 굳었다.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등을 돌리며 임수아 앞에 쪼그려 앉았다. “업혀.”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남지희는 임수아를 부축해 일으키며 말했다. “올라가.” 임수아도 고집부리지 않고 윤정후의 등에 올라탔다. 그들을 차에 태운 후 남지희는 떠났다. 돌아가는 길에 윤정후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약간 건방지게 말했다. “임수아, 말해두는데 네가 방금 날 도왔다고 해서 네가 인정받을 거라 생각하지 마. 내 마음속의 형수님은 영원히 은채 누나야!” 이 말을 들은 임수아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입이 그렇게 거칠면 맞아도 싸네!’ 이 생각에 그녀는 비웃듯 말했다. “오늘은 낯선 사람이라도 구했을 거야.” 그러고는 윤정후를 향해 약간 혐오스러운 눈빛을 던졌다. “하지만 맞는 게 너인 줄 알았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갔을 거야!” “너!” 윤정후는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는 약간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고맙다고 말할 필요도 없겠네. 어차피 넌 진심으로 날 구하려 한 게 아니니까.” 임수아는 시선을 창밖으로 돌려 그를 무시했다. 윤정후는 운전하며 말을 이었다. “임수아, 넌 정말 잘 숨겼어. 평소엔 우리 앞에서 온화하고 단정한 척하며 걸음걸이까지 조절하는 듯했잖아. 근데 실제로는 사람 물어뜯는 맹수였어! 푸핫! 할머니와 어머니는 다 네 연기에 속은 거야.” 한참 동안 답이 없자 윤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 말이 없어?” 임수아는 게슴츠레 눈을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끄러워.” 이 말에 윤정후는 들끓는 화산처럼 폭발했다. “내가 시끄럽다고? 네가 감히 내가 시끄럽다고? 임수아, 너 예전엔 이렇지 않았어! 전엔 내가 재채기만 해도 바로 안부를 물었잖아. 이제 와서 본성을 드러내는구나. 흥! 이 심술궂은 여자야, 역시 두 얼굴을 가졌군.” 임수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무덤덤했다. 예전엔 정말로 윤시혁의 친구와 가족들의 인정을 받으려고 애썼었다. 지금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