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화

윤시혁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잘생긴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할머니께 혼나는 게 싫어서 그런 거야.” 임수아의 목까지 차오른 말이 막혔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풍성한 속눈썹으로 눈빛을 가렸다. 원래부터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문을 열자 집사는 이 광경을 보고 놀라며 물었다. “아가씨, 무슨 일이십니까?” “괜찮아요, 장 집사님, 그냥 발목이 좀 아파서요.” 임수아가 설명했다. 거실에 있던 한효진과 하경림도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말을 꺼내기 전에 윤시혁이 말했다. “먼저 위층으로 데려갈게요.” 말을 마친 그는 임수아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윤시혁은 방에 들어가 소파에 임수아를 앉히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연고 어디 있어?” “서랍 안의 약상자에 있어요.” 윤시혁은 연고를 가져와 임수아 옆에 앉았다. 그가 말하기도 전에 임수아가 직접 말했다. “제가 할게요.” 잠시 망설인 윤시혁은 연고를 임수아에게 건넸다. 고개를 숙이고 연고를 바르는 그녀를 보며 윤시혁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의 마음은 복잡했다. 지금까지도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젯밤 왜 하필 임수아를 선택했는지. 서은채는 분명 도와주겠다고 했는데도 임수아를 선택했다. ‘그런데 왜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그런 상황일 때 오히려 접촉 자체에 생리적 거부감을 느꼈지? 임수아를 좋아하지도 않고 오히려 싫어함에도 어젯밤 임수아와의 접촉에는 전혀 거부감이 없었어.’ 생각할수록 윤시혁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한참 후, 그는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듯 얼굴이 차분해졌다. ‘어젯밤 일은 지나간 일이야. 그건 단순한 예외였을 뿐 임수아와의 관계는 변함없을 거야.’ 이렇게 생각한 윤시혁은 일어섰다. 그는 임수아를 다시 보지도 않은 채 방을 나갔다. “아이고, 어머니, 살살 하세요! 아들 얼굴이 귀하답니다!” 윤정후는 비명을 질렀다. 하경림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의 얼굴에 약을 바르고 있었다. “맞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