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21장
이때, 와인잔을 든 웬 남자가 김이월 곁으로 다가왔다.
여자는 겁에 질린 표정을 거두고 가슴을 두드렸다.
“괜찮아요, 놀라셨어요?”
“아니요, 되게 불편해 보이시길래......”
두 사람은 자연스레 얘기를 나누게 된다.
어두운 사각지대에서 유가영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할머니만 남겨둔 채.
......
“우리 착한 언니, 탓하려거든 내가 아니라 저 사람들을 탓해!
그래도 언니 덕에 난 지금 이 집안 보살핌 받고 있잖아!
크큭......”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듯 키득거리는 소리에 할머니는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꼼수가 많고 올곧지 못하다고만 여겼더니 이런 비밀까지 들은 지금엔 절대 준영이 곁에 둘 수가 없어졌다.
일단 미국에 보내고 다시 그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유가영이 막 아래로 내려가려던 때였다.
방심한 순간, 할머니가 문고리를 건드리며 “딸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대가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
“누구야? 거기 누구냐고!”
김이월이 구석진 곳으로 끌고 와 별 생각 없었더니만 여기에 제3자가 있을 줄이야.
일순 살기에 일렁이는 유가영이다.
누군가 방금 전 대화를 들은 거라면 그동안의 계획이고 뭐고 다 물거품이 되는 거 아닌가!
“눈치 있게 빨리 좀 나오지, 내가 모를 줄 알아?”
할머니가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정신을 놓은 유가영은 절대 건드릴 게 못 된다.
생각과 달리 발자국 소리는 갈수록 가까워졌다.
그 순간만큼은 후회가 되기도 했다, 남편이 운동 나가자고 할 때 체력이라도 좀 키워뒀을 걸.
그럼 유가영이 알아챈 동시에 바로 아래로 내려갈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현실은, 구석에 몰려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있다.
두 눈 훤히 뜨고 유가영의 하이힐이 시야에 들어올 때까지.
얼굴이 나타난 순간엔 손을 내려놓고 턱에 힘을 주는 할머니다.
“어머, 누가 엿듣나 했더니 할머니셨네요, 여기서 뭐 하세요?”
유가영이 한 떨기의 꽃마냥 환하게 웃었다.
외려 할머니의 눈엔 악에 받친 식인화가 따로 없었다.
“별거 아니다, 내 집인데 어딜 가든 내 마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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