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42장

배틀 영상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서도 어쩜 저리 뻔뻔한 소리가 나오는지. 서수연에게 별다른 뜻은 없다, 그저 시간이 지체되면 집사람들이 급해할 거라는 걱정에서 비롯되었던 것. “우릴 바보로 알아? 집에서 쫓겨난 지 오래라면서 무슨 가족?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해, 이제 와서 도망치는 겁쟁이라고 비웃진 않을게.” 분명 배틀에서 진 건 최선아인데 왜 이리도 큰소리일까, 말 끝마다 서수연의 상처까지 건드리면서. 보다 못한 선생님이 따끔하게 혼내려 할 때였다. 연습실 문 앞에서 웬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 사람 치곤 자신만만하네, 여기 사람들이 그 정도 실력 차이도 모를까 봐?” 수연의 안무 선생님에게서 문자를 받았을 때부터 어딘가 이상함을 감지한 준영이다. 역시나 일찍이 도착하고 보니 다른 수강생과 배틀을 펼치고 있는 게 보였다.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던 그는 뻔뻔하게 몰아붙이는 최선아 때문에 순간 욱한 나머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강준영을 보자마자 잔뜩 날을 세우고 있던 서수연의 얼굴이 나른해진다. “왜 벌써 왔어? 천천히 와도 된다니까.” 무릇 눈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애정으로 가득 찬 둘의 눈빛을 모를 리 없다. 짝사랑하던 남자에게서 쓴소리를 들은 최선아가 우그러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 강 사장님, 이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시나 본데요. 천적이에요 천적! 사장님이랑은 상극이라고요! 사장님들 가족분들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헤어지시는 게 맞아요.” “언제부터 내 아내가 남한테 손가락질 받을 사람이 됐지.” 분을 삭히는 선득하고 싸늘한 강준영의 음성에도 최선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수연의 겉모습에만 홀딱 빠졌다 생각했는지 헤어지도록 설득하려고도 했다. “다 사장님을 위해서죠, 집안 위치를 굳히기 위해서라도 이 여자랑 멀리 하셔야 해요. 사장님은 그렇다 쳐도 할아버지 할머니 걱정은 해야 하지 않으시겠어요? 벌써 한 분은 병원에 실려 가셨잖아요, 이대로 있다간 또 어떻게 될지 몰라요. 게다가 여론도 안 좋은데 저희 중에도 벌써 강성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