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45장

몰입하긴 커녕 다른 궁리나 하고 있다면 굳이 남겨둘 필요가 없지 않나? 성취감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외려 다른 학생들에게 민폐만 끼칠 뿐이다. 집으로 가는 내내, 준영은 끊임없이 수연의 손을 쓰다듬기만 했다. 창밖을 내다보는 남자의 속을 모르겠다. 꼼지락거리던 서수연이 꼭 잡은 그의 손을 간지럽혔다. “무슨 생각해? 할머니 걱정돼서 그래?” 한숨을 내뱉은 강준영이 돌연 서수연을 덥석 껴안았다. “할머니 걱정도 되고 네 걱정도 되고.” “나? 내 걱정할 게 뭐 있다고.” 품에 안긴 여자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너무 착해빠져서 걱정된다고. 그래서 당하기만 하잖아 자꾸. 오늘도 나 안 갔으면 계속 그 학생이랑 겨루고 있게?” 서수연은 전혀 개의치 않는 기색이다. “인정하기 싫어할 뿐이야, 1라운드 이겼는데 한번 더 해도 분명 내가 이겼을 걸. 그럼 더 이상 날뛰지도 않았겠지.” 수연은 늘 모든 일을 너무 쉽게만 생각한다, 세상에 그런 쉬운 일이 어디 있다고. 오늘 최선아만 봐도 그렇다. 아무런 원한도 없었으면서 인터넷에서 본 말들에 매일 데리러 와주는 강준영을 보고 질투심이 생겨나지 않았나. 서수연이 몇 번을 이겨도 절대 굴복하려 들지 않았을 거다.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마. 데뷔한 뒤로 일들이 많긴 했어도 다 잘 풀렸잖아, 안 그래? 준영 씨도 늘 내 옆에 있어 줄거고 맞지?” 기대로 가득 찬 초롱초롱한 저 눈빛을 보고 준영이 어떻게 고개를 저을 수 있을까. “맞긴 맞는데 어느 날엔가 제때 못 달려와서 네가 또 당할까 봐 그래. 다음엔 서 있기만 하지 말고 맞서는 거야 알겠지? 아니면 아예 무시해도 돼, 귀 닫고 있다가 내가 오면 그때 다시 말해줘. 그럼 대신 화풀이 해줄게.” 상당히 진지한 표정의 준영을 보고 수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강준영, 아직도 나 어린애 취급할래? 다 큰 어른이야, 나도 내 일은 처리할 수 있다고.” 여전히 남자의 얼굴에선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 “어른인 거 알지, 근데 보이는 것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