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76장

하긴, 유가영의 하려는 일을 두 사람은 지지한 적이 없다. 그들 눈에 유가영은 그저 제멋대로 구는 사람이나 다름없어서다. 유진철과 유인영이 막아설수록 유가영은 더 멀리 도망갔다, 한시도 이 집안에 머무르기가 싫었다. 가능하다면 진심으로 엄마와 함께 이 세상을 떠났길 바란다, 그럼 갖은 수모를 당할 일도 없지 않은가. 제 인생은 결국 이렇게 끝이 날 거라 수도 없이 생각해 온 유가영이다. 유인영과의 비교 속에 허덕이며 무시당하다가 그렇게 늙어가겠지. 강준영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모든 게 변하지도 않았을 거다. 어쩌면 그날의 우연한 만남이 강준영에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기억이겠지만, 유가영의 세상은 외려 그로 인해 송두리째 바뀌었다. 고작 얼굴 한번 본 남자에게 제가 마음을 뺏길 줄이야.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뒤로도 유가영의 성적은 도통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진들과 어울리며 허구한 날 나쁜 짓만 배우기 일쑤였으나, 유가영에겐 공부에만 매진하고도 아빠의 핀잔만 듣던 예전보단 훨씬 나은 나날들이었다. 다만 그게 들통날 줄은 미처 몰랐다. 집으로 돌아오니 일그러진 얼굴의 아빠는 물론, 유인영의 안색도 어두웠다. 책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유진철이 다가와 따귀를 내리쳤다. “공부하라고 학교 보냈더니 일진들이랑 어울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나 알아? 어쩜 점점 더 삐뚤어지만 해, 선생님이 방금 뭘 보냈는지 아냐고! 네가 옥상에서 게네랑 담배나 피고 있더라! 시간 아끼려고 기숙사 생활하려는 줄 알았더니 그 못된 것들이랑 붙어먹어! 내가 널 단단히 잘못 봤지!” 유가영은 주먹을 말아 쥐고 이를 사리물며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대신 유인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빠, 급하게 훈육부터 하려 하지 마.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빤 일단 소파에 앉아, 내가 물어볼게.” 동생에게로 시선을 돌린 유인영이 유가영의 어깨를 잡고 물었다. “가영아, 너 무슨 고민 있어? 요즘 학교에 일진들 많은 거 알아, 전에 성적 좋았던 학생들만 골라서 위협하거든. 그래서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