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82장

유가영의 고등학교는 정반대다, 다른 학교의 지옥 모드만 따라배웠는지 하루 종일 숨 돌릴 틈도 없게 만든다. 그때 노력해서 언니네 학교에 진학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애석하게도 이젠 다 늦었다. 동생의 푸념을 알아들은 유인영이 유가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노력해서 우리 같은 대학교 가자 응? 근데 학교 합창 대회는 역사가 유구해. 게다가 1등은 전국 콩쿠르에도 참여할 수 있대, 그래서 다들 열정적인 거야.” 유가영은 늘 유인영의 휴대폰을 서슴없이 만질 수 있다. 화면을 클릭한 유가영이 명문 사립 학교란 대체 어떤 모습인지 감상하려던 때였다. 문득 합창단 맨 뒷줄 가운데에 서있는 남학생이 눈에 띄었다. 이건 그날 유가영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줬던 그 남학생? “으아——” 얼굴을 닦고 있던 유인영이 새된 비명에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누가 이상한 영상이라도 보냈어?” “이......합창단 사람들 다 언니네 반 친구들이야?” “당연하지, 우린 다 한 개 반급 단위로 대회에 참가하거든. 우리 반에 잘생긴 애들 많지, 대신 예쁜 애들이 더 많아.” “그러게, 많긴 하네.” 유가영의 마음 속에서 위기감이 고개를 들었다. 언니 외모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예쁘장한 여학생이 한둘도 아닌 듯 보였다. 그 남학생이 하루 종일 이런 예쁜 여학생들과 함께 한다면 절 안중에나 두려나? 세상 참 좁기도 하지. 왜 그 남자를 제 곁에, 그리고 또 언니네 반에 보냈을까. 왜 세상은 단 한 번도 유가영을 돌보지 않느냐 말이다. 유가영이 이를 사리 물었다. 다만 등지고 있은 탓에 유인영은 그 음산한 표정을 보지 못했다. “맨 뒷줄 가운데 있는 남학생은 누구야?” 유인영이 꺄르륵 웃음을 흘렸다, 그게 이상하리만치 유가영의 고막을 긁었다. “너도 봤구나, 맞지? 우리 학교 킹카야, 입학하자마자 애들이 그렇게 불렀거든. 근데 아직도 그 자리 떡하니 지키고 있어, 진짜 잘생겼지? 매일 걔 보러 오는 여자애들이 줄은 선다니까.” 고개를 튼 유인영이 생긋 웃어 보였다. 유가영은 웃음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