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83장

“어? 아, 오후에 일정 있어? 별일 없으면 먼저 방 가볼게, 난 아직 시험지 다 못 풀었거든.” 자리를 뜨려 하는 유가영을 유인영이 의아하게 쳐다봤다. “네가 먼저 나랑 영화 보자며? 방금은 정리하느라 안됐는데 이젠 다 끝나, 근데 갑자기 시험지라니?” 위산이 역류하듯 유가영의 위는 난리도 아니다, 당장 코웃음을 쳐도 모자랄 판에 무슨 기분으로 유인영이랑 영화를 본다고. 어쩜 언니라는 작자가 준 것 하나 없이 가로채지 못해 안달일까. 대체 뭘 잘못했길래 이런 언니가 생긴 거냐고! 유가영에겐 혼자 평정심을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 유인영이 제 첫사랑 상대를 뺏지 못하게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한다. 유인영에게 그렇다 할 합리한 이유조차 주지 않은 유가영은 곧장 자리를 떴다. 유인영이 한숨을 푹 내쉰다, 제멋대로인 동생은 진작 익숙해졌다. 다만 또래 아이들과 달리 유인영은 제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안다. 지금 그녀에게 제일 중요한 건 공부다. ...... 그 시각 다른 방, 유가영은 악에 바쳐 침대 위에 있던 베개들을 일일이 패대기쳤다. “왜? 대체 나한테 왜 이래? 내가 먼저 좋아한 남자야, 근데 넌 연락도 자주 한다는 말을 해!” 유가영이 쉽사리 진정을 못한다. 유인영과 그 남자는 같은 학교에, 같은 반이기까지 한데 매일 얼굴 맞대고 있다가 감정이라도 싹트면? 겨우 한번 만난 유가영은 어떻게 봐도 승산이 낮다. 결국 날을 잡아 그를 만나러 가기로 마음먹는 유가영이다. 그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유가영은 또 한번 무심코 합창 영상을 언급했다. “언니, 그 반에서 제일 잘생겼다던 그 남학생 이름이 뭐야? 내가 어디서 들어봤을지도 모르잖아.” 유인영이 그럴 줄 알았다는 웃음을 지었다. “이거 봐, 반했지? 내가 평소에 학교에 있는 잘생긴 애들 좀 보라니까 듣는 척도 안 하더니. 사실 우리 학교에 잘생긴 남자애들 진짜 많아. 근데 강준영은 그 중에서도 최고니까 유난히 눈에 띄는 거고. 역시 우리 동생도 그 매력에 빠졌구나.” “강준영? 그게 걔 이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