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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6장

한 소리 했던 여학생은 강준영의 싸늘한 눈길에 얼굴을 붉히며 곧바로 고개를 떨궜다. 그럼에도 남자는 끝까지 유가영을 대신해 상황을 무마시켜 주지 않는다. “다른 일 없으면 그만 막고 있을래? 난 가봐야 해서.” “......진짜 나 전혀 모르겠어? 그 고목 아래에서 내가 서럽게 우니까 네가 그만 울라고 이 손수건 준 거잖아. 이게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고?” 유가영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 강준영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없지만 그 결과는 뻔했다. 구경꾼들의 수군거리는 소리에 결국 유가영은 사람들 무리를 벗어나 구석에 웅크려앉았다. 그 곳에서도 강준영의 훤칠한 뒷모습을 선명히 보아낼 수 있었다. 그가 긴 다리를 뻗으며 강당으로 들어가려 할 때, 마침 언니가 안에서 나왔다. 가족을 데려와도 된다는 선생님의 동의에 한껏 들떠 뛰쳐나왔던 유인영은 유가영을 찾아내는 대신 강준영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강준영, 나랑 비슷하게 생긴 여자애 못 봤어?” 유가영은 언니와 대화할 때 강준영의 태도가 전혀 다르다는 걸 알아차린다. 그가 인내심 넘치게 차분히 답해줬다는 거다. “못 봤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잖아. 저기 가서 물어봐!” 유인영이 금세 울긋불긋 해진 얼굴로 되물었다. “진짜 못 봤어? 내 동생 되게 예쁜데!” “그래? 대신 처음 보는 애가 시선 좀 끌긴 했지.” 방금 그 여자는 제 앞을 가로막았으니 그렇지, 다른 사람에겐 신경조차 쓴 적이 없던 강준영이다. 입을 삐죽 내민 유인영이 목을 쭉 뺐지만 여전히 유가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에이 모르겠다, 다 큰 애가 막 뛰어다니기야 하겠어.” 선생님들이 재촉하시는데 이 와중에 일정마저 제쳐두고 유가영을 찾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유인영이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강준영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걸으며 둘은 나란히 강당으로 향했다. 그토록 어울리는 둘의 뒷모습에 유가영은 이를 빠드득 달았다. “유인영, 넌 왜 나한테서 뭐든 다 뺏으려 해! 내가 먼저 좋아했다고!” 유가영은 강준영이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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