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85장

구석에 몸을 숨긴 유가영은 강당으로 들어가는 사람 하나하나를 진득이 관찰하기 시작했다.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그림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며칠 내내 머릿속에 그렸던 그 사람이.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유가영은 달려가 강준영 앞에 우두커니 자리 잡았다.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는 강준영은 돌연 뒤바뀐 리허설 일정 때문에 한껏 짜증이 밀려온 상태다. 그 와중에 웬 눈치 없는 여자 하나가 떡하니 앞을 막아섰다. 강준영이 미간을 찌푸리고 멀뚱멀뚱 서 있는 여자를 노려봤다. “뭐지?” 안하무인인 그 표정은 여전했다, 그럴수록 유가영의 눈엔 잘생겨 보였다. “오랫동안 찾았어, 전부터 만나고 싶었는데 이제야 다시 보네! 미안, 우리 학교가 멀리 떨어져 있는 바람에 이제야 왔어.” 쑥스럽게 웃어 보이는 유가영을 향해 강준영은 미간을 더욱 구겼다. 이 여자, 사람을 잘못 보고 이런 두서없는 말을 내뱉는 게 아닐까? “미안한데 사람 잘못 봤어. 우린 모르는 사이야.” 유가영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게 무슨 뜻이지? 불과 얼마 전에 만났는데 그새 얼굴을 잊었나? “진짜 나 모르겠어? 아니면......농담하는 거야? 몇 주 전에 고목 아래에서 네가 나한테 손수건 줬잖아. 이거 네 손수건 아니야? 내가 깨끗이 씻어서 항상 지니고 다녔어, 기회 되면 너한테 돌려주려고!” 눈매를 가늘게 뜬 강준영은 그게 제 손수건이 맞다는 걸 확인했다. 다만 이 여자를 언제 봤는지는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미안, 기억이 안 나. 내가 너한테 손수건 준 거라면 그냥 버려. 난 남한테 줬던 건 다시 안 가지거든. 더 할 말 없으면 좀 비켜줄래? 난 일정이 있어서.” 강준영은 지금 최선을 다해 못마땅함을 감추고 있다, 아무래도 유가영의 눈가에 드러난 실망감이 너무 명확해서가 아닐까 싶다. 어딜 가든 나타났다 하면 여론의 중심이 되는 강준영이었기에, 벌써 구경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학생들이 자주 쓰는 강당인 데다 오늘따라 리허설 인원들로 북적였다. 유가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