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83장

“우리 계획은 장기적인 거야, 하루 아침에 이루려 하지 말라고!” 화연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아직도 엄마 못 믿어? 여기 너무 오래 있지 마, 저 사람들이 진짜 나 어디 아픈 줄 알아. 그럼 나윤서가 얼마나 우쭐대겠어. 네 방으로 가, 무슨 일 있으면 알릴게.” 예린은 근심을 가득 안고 화연의 방에서 쫓겨났다. 뭔가 더 말하려 할 때, 흥미진진한 얼굴로 쿠션을 안은 채 난간에 기댄 윤서가 보였다. “쯧쯧, 네 엄마도 너한테 알려주기 싫은 게 있나 보네! 하긴, 너같이 어린 게 무슨 도움이나 되겠어? 나였어도 얘기 안 했겠다.” “무슨 말이야 그게?” 예린은 이렇게 고상 떠는 윤서가 제일 꼴 보기 싫다. 가진 건 예린이 훨씬 많은데도 윤서는 늘 저런 차고 넘치는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정말이지 허세에 찌들어 사는 여자다. “네가 들은 그대로야.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고 바른 말은 귀에 거슬리는 법이지. 내가 너였으면 끈질기게 물어봤겠다. 그러다 네 예상을 빗나가는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 예린이 코웃음을 쳤다. “집안 큰아가씨가 언제부터 말을 이렇게 빙빙 돌려서 했대.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면서 일부러 연막 작전이라도 하려는 거야? 하긴, 누군 엄마도 없으니까 같이 지냈던 그때가 그립겠지 휴......” 윤서가 고개를 숙이고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나예린, 넌 그거 빼고 할 줄 아는 말이 없어? 설령 있다 해도 네가 나보다 가진 게 많다는 생각은 안 드네. 우리 엄마가 나한테 준 건 평생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거든.” 윤서는 엄마 얘기를 할 때만큼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게 예린의 얼굴을 더 일그러뜨렸다. “내 앞에서 허세 좀 그만 부려. 큰아가씨, 우리 엄마가 막 이 집에 왔을 때 잘 보이려고 애쓰던 네 모습은 잊었나 보네. 내가 다시 기억하게 해줄 수도 있는데.” 윤서가 생각에 잠겨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금방 왔을 땐 네 엄마가 참된 어른인 줄 알았어. 근데 이런 악랄한 인간일 줄이야. 그래도 괜찮아, 난 더는 손 내밀고 도움만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