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그는 민유경에게 너무 익숙했다.
마치 자신의 왼손과 오른손을 만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결혼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는 자신을 억누르고 민유경을 만족시키려 했다.
민유경은 장신주의 은혜를 베푸는 듯한 말투에 자신의 결심이 옳았다는 확신을 더 강하게 느꼈다.
그들 사이에는 더 이상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
남아 있는 건 단지 그녀를 무료 가정부로 여기는 장신주의 미련뿐이었다.
“사실 이런 건 다 중요하지 않아. 나 이제 널 사랑하지 않아.”
민유경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신주는 충격을 받았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평생 같이 살 거라고 SNS에 올렸잖아.”
그는 그때 친구들에게 민유경이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SNS에 올리는 글 열 개 중 아홉 개가 자신에 대한 거라고 자랑하기도 했었다.
결혼 후 줄곧 민유경이 더 많이 헌신했기에 당연히 그녀가 자신을 더 사랑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너도 알다시피, 그건 얼마 전이야. 나도 며칠 사이에 문득 깨닫게 된 거야.
결혼한 이 몇 년 동안 내가 얼마나 갈등했는지 너도 잘 알잖아. 난 널 위해 정말 많은 걸 포기했어.
네가 아이 싫다고 해서 나도 딩크족을 받아들였고 내가 좋아하는 생선도 너는 싫다고 해서 몇 년 동안 한 번도 생선을 요리하지 않았어. 내가 아플 때 병원 같이 가자고 해도 넌 그냥 물 많이 마셔라고만 했고, 밤에는 친구랑 게임 약속이 있다고 나가버렸지.
게다가 어머니는 계속 아이를 가지라고 하셨지만 넌 어머니가 뭐라고 하실까 봐 네가 아니라 내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둘러댔어. 그래서 어머니와 난 사이가 계속 안 좋았어.
예전엔 이게 다 별거 아니라 생각했어. 널 사랑하니까 너를 이해하려 했어. 그런데 이제는 사랑이 식었어. 나도 내 삶을 살아야 해. 이혼하고 나는 친정에 가서 거의 매일 생선을 먹었고 감기에 걸렸을 땐 부모님이 밤새 잠도 못 주무시고 병원 가라고 독촉하셨어. 나도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사람이야. 이젠 나 자신을 사랑해 줄 시간이니 장신